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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성] 문학과 영화는 무엇이 같고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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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행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쇼데를로 드 라클로)가 원작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도 소설이 먼저고 영화가 뒤에 나왔다. 이 밖에도 소설이 영화로 변환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원작이 있는 경우 영화는 스토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 영화로 이어가느냐라는 과제를 안게 된다. 특히 유명 소설일수록 영화로 만들어질 경우 '원작보다 못하다'는 원망을 자주 듣게 된다.

문학과 영화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이 책은 문학과 영화가 똑같이 '이야기'를 원재료로 삼지만 서술 형태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갖는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발자크 소설의 어떤 묘사가 영화 속에서는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찍는 트래블링 기법과 같다든지, 스탕달이 어떤 인물을 묘사하는 것이 영화의 클로즈 업과 같다고 비유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본다. 두 매체는 한 쪽은 문자, 다른 한 쪽은 영상과 소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구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모파상의 '시골에서의 하루'와 장 르누아르의 영화 '시골에서의 하루'를 비교한다. 르누아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파상 소설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다. 1차적인 이유는 감독이 소설을 자기 식으로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을 읽은 독자가 르누아르 영화에서 색다른 감흥을 느끼게 되는 건 감독의 해석 외에도 카메라만의 독특한 전달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들을 통해 저자는 영화가 문학이나 연극, 미술 등 인접 예술의 하위 범주가 아니라 그것들과 변별되는 독립적인 예술이라고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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