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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에 눈을 돌려라"… 반도체경쟁 "활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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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0년대에는 선진각국의 반도체(반도체) 개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도체가 가져다주는 엄청난 부가가치와 파급효과를, 21세기 테크노피아달성을 꿈꾸는 나라라면 이 부문의 개발은 외면할 수 없다.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의 판도는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미국과 유럽 및 아시아각국이 그 뒤를 쫓는 형국이나 워낙 개발속도가 빨라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는 혼전이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산업의 특징, 각국의 개발전략과 우리나라의 현황등을 알아본다.

<반도체>
말 그대로 도체(도체)와 부도체(부도체)의 중간 성격을 지녀 평상시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외부에서 자기·광자극등을 받으면 전기가 통하게 돼있다.
원료로는 모래에서 채취 가능한 실리콘이 가장 많이 쓰이고 게르마늄·카드뮴·텔렌움등도 있으나 요즘엔 갈륨·비소를 섞은 인공화합물이 반도체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반도체는 제조기법·특성에 따라 수만가지 분류가 가능하며 세계시장에서 대종을 이루는것은 메모리용 직접회로다. 이 분야는 현재 4MD램의 실용화단계에 와 있다.

<파급효과>
반도체는 높은 부가가치와 넓은 쓰임새로 인해 고도산업사회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모래로 만든 손바닥만한 실리콘웨이퍼 한장값이 10달러정도이나 이를 갖고 반도체 칩2백∼3백개를 만들수 있고 이 칩 하나가 4MD램의 경우는 70달러, 1MD램도 7∼8달러씩 하니 4MD램의 경우 기초제품값만 따지면 부가가치가 1천배가 넘는 셈이다.
수백만개의 트랜지스터 또는 진공관으로나 가능했던 기능을 칩 하나로 해낼수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도 그만큼 높다.
지난 64년 탁상용 전자계산기가 첫 개발됐을 당시엔 1천8백44개의 부품이 들어갔고 이를 위해 4천5백번의 납땜질이 필요했으나 이젠 IC반도체 1개로 간단히 해결되고 있다.
올해 세계시장의 주력품목인 1MD램 반도체 1개는 트랜지스터 2백20만개, 진공관으로 따지면 4t트럭 3백60대 분량과 맞먹는 성능을 발휘한다.
가장 최신품인 4MD램의 경우 엄지손톱크기의 칩 하나에 신문 이틀치 분량인 52만자를 기억시킬 수 있다.
지난해 반도체 세계시장규모는 우리나라의 1년치 총수출액보다 약간 적은 5백64억달러 수준으로 한해 전보다 11%가 늘었다.
20세기의 남은 10년동안에도 세계반도체시장은 매년 10%이상 성장, 2000년에는 지금의 4배인 2천3백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미일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개발경쟁>
반도체만큼 세대교체가 빠른 제품도 드물다.
메모리제품의 경우 지난70년 미인텔사가 1KD램을 개발한뒤 평균 3년주기로 신제품이 나오는 「속도전」속에 이젠 20년전의 1KD램보다 4천배의 성능을 가진 4MD램까지 양산되고 있다.
특히 미일의 경쟁이 치열해 1∼16KD램까지는 미국기업이 단연 앞장섰으나 77년 일본 전전공사가 64KD램을 개발하면서 역전, 1M·4MD램은 모두 일본이 먼저 개발해냈다.
집적도를 높일수록 응용제품의 경소단박화가 용이해 값을 훨씬 비싸게 받을 수 있는데다 그같은 신제품도 불과 몇년 뒤에는 더 새로운 제품에 밀려나게 돼있어 가격등락도 매우 심하다.
2년전 30달러를 호가했던 1MD램이 지난해 4MD램이 나오면서 10∼20달러까지 떨어졌고 이젠 7∼8달러선을 맴돌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한편 지난해부터 양산이 시작된 4MD램은 1개에 70달러선에 팔리고 있으니 반도체의 세계에선 「새로운 제품을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는 것만이 돈을 버는 지름길」인 셈이다.
더욱이 반도체산업이 엄청난 설비투자와 개발비용이 드는 자본·기술집약산업이기 때문에 자칫 속도경쟁에 뒤떨어지는 날에는 비용회수마저 어려운게 이 산업의 특징이다.
각국은 이에 따라 차세대 반도체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미일의 일부기업은 이미 16MD램을 연구실차원에서 개발, 상업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시장을 넓히기위해 메모리제품외의 마이크로·로직등 응용분야와 갈륨·비소등 신소재개발로 품목을 다양화하는 추세도 보이고 있다.
미일의 주요 반도체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89년말 현재 일본이 세계시장의 약50%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이 20∼30%, 나머지는 유럽과 아시아국가들이 나눠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은 특히 D램개발경쟁에서 미국을 따돌리며 메모리분야에선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별로도 일본 NEC사가 85∼89년의 5년간 연속 매출1위를 기록하고 있고 85년당시 2, 3위였던 미국의 모토롤러·TI사는 지난해 각각 4, 6위로 떨어진 반면 일본의 도시바·히타치사가 대신 2∼3위로 올라서는등 일본의 강세가 뚜렷하다.
일본기업들은 선두유지를 위해 유럽·동남아등지에 현지생산공장을 잇따라 건설하는 한편 칩 크기를 기존제품의 절반이하로 줄이거나 정보처리속도를 두배이상으로 빠르게하는등의 특수반도체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자본 집약적 산업인데다 불가피하게 속도전의 양상을 펼수밖에 없는 반도체개발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각국은 기업간·국가간 연합전선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선두탈환을 목표로 지난87년부터 IBM·TI사등 13개의 내노라하는 대기업들이 16M및 64MD램등 차세대반도체를 공동개발하기 위한 「세마테크」계획을 추진중이며 유럽의 각국은 「에스피리트」계획(EC10개국), 「유레카」계획(영·독·프랑스)등 활발한 국가간 연합전선을 펴고있다.
올들어 특히 미 IBM사와 서독 지멘스사는 90년대 중반까지 64MD램을 공동개발한다는 내용의 합작계약을 해 세계반도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 특히 첨단메모리분야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동남아국가들도 최근 2∼3년전부터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만은 산업구조자체가 중소기업위주여서 대규모투자가 필요한 반도체사업이 적합지 않다는 점등으로 그동안 거의 외면하다시피 해왔으나 지난해부터 컴퓨터기술과 풍부한 자금등을 바탕으로 반도체부문에 적극 진출하기 시작했고 중국도 이미 17개사가 반도체 개발에 나선 상태다. <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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