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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심사 자료서 음주사고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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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고위 공직자 임용.승진 시 음주운전 경력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 기준을 알고도 통일부가 김창수(42) 전 청와대 행정관의 국장급 임용 심사를 할 때 음주운전 사실을 심사 자료에서 뺀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김 전 행정관은 4월 15일 음주운전 중 교통 사고를 내 택시 승객 2명을 다치게 한 뒤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해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본지 8월 30일자 1면>

◆ "심사위에서 음주운전 사실 논의 안 됐다"=통일부 박흥렬 혁신재정기획본부장은 30일 브리핑에서 "김씨의 음주운전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특정 정보를 얘기하면 심사에 지장을 줄까봐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음주운전 경력이 심사위원에게 통보됐나.

"공직 기강이나 자질 문제는 다른 파트(청와대)에서 담당한다. 통일부는 기본능력과 자질만 본다. 심사위에서는 음주 문제가 논의 안 됐다."

-음주운전 사고 사실을 알았나.

"정보는 알고 있었다. 법적인 문제는 검토했다."

-왜 심사위원에게 통보하지 않았나.

"다른 기관(청와대)에서 할 것까지 선행해 볼 것까지는 없는 것 아닌가."

◆ "음주운전은 무조건 불이익 대상"=이 같은 업무처리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원칙을 무시한 것이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한 관계자는 30일 "음주운전은 현 정부 인사검증에서 역점을 두는 사항 중 하나"라며 "2회 이상 음주운전은 무조건 인사상 불이익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1회일 경우라도 음주운전 상태에서 인사 사고를 낼 경우는 각각을 별건으로 본다"며 "그 때문에 (김 전 행정관의 음주운전은) 1회이지만 사고 상황이나 피해 정도 등에 따라선 불이익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청와대가 검증을 시작한 단계이며, 통일부의 결정과 청와대의 검증은 별개"라며 "최종 결정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김숙 북미국장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조정실장 임용 직전 그의 단순 음주운전 경력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걸었고, 김 국장은 탈락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청와대의 엄격한 인사기준을 알았으면 당연히 음주운전 사실을 심사자료에 포함시켰어야 했다"며 "다른 기관에서 검증할 것이라고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과거 개방직 임용 때와 달리 통일부 내부 출신의 경합자가 없었던 데 대해서도 "사실상 김 전 행정관을 내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종 기자

◆ 김창수 전 행정관=386 운동권 출신으로 북한과의 민간교류 사업을 벌여온 통일운동단체 민화협의 정책실장을 지냈다. 음주운전으로 4월 17일 청와대 행정관에서 면직됐다. 8월 11일 통일부의 심사에서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에 개방직으로 지정된 통일부 사회문화교류본부 협력기획관(국장급) 1순위자로 추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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