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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신불자'에 돈 빌려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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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1월부터 저소득층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들이 한층 더 많이 구제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빚에 대한 채무 조정만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최저 연 2%의 금리에 최고 700만원까지 은행에서 돈도 빌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11월부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사업을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신용 회복 지원 사업과 시중은행의 사회 공헌 활동을 연계한 것이다. 신용이 나빠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는 계층에게 무담보.무보증으로 창업자금과 생활안정자금 등을 지원해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이다.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신용 회복 지원을 받고 있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들은 월소득 15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이 대부분"이라며 "이들이 실직하거나 질병으로 돈이 필요할 때 빌릴 곳을 찾지 못하면 재기에 실패해 중도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지원 대상자는 신복위의 신용 회복 지원을 받아 변제 계획을 1년 이상 성실히 이행한 사람으로 한정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체 약 280만 명의 신용 회복 지원 대상자 중 약 16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

지원 대상자에게는 저소득자를 위한 생활안정자금,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운영 자금 등 용도별로 300만~700만원을 연 2~4%에 3~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지원된다. 한 사람이 여러 용도의 자금을 중복 지원받을 수는 없다.

이번 사업에 필요한 기금은 은행들이 일정액을 신복위에 기부하는 식으로 마련된다. 신복위는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사후 관리하는 등 기금 운영을 담당한다.

김 부원장은 "대형 은행 7곳이 참여의사를 보였고, 은행당 20억원씩 기금을 조성해 140억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1인당 500만원씩 지원한다고 하면 3000명 정도가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저소득층 채무 불이행자들에게 대출을 일으킬 경우 자금회수율이 낮아져 손실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이를 사회 공헌 차원의 비용으로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환영할 만하나 수백만원의 돈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자칫 일회성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음식점 등 영세 사업으로 꾸려가는 이들에게 종합경영지도를 동시에 해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이크로 크레디트=당초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여성이 가정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돈을 빌려주고, 경영 지원도 해주는 사업. 세계은행이 후진국의 빈곤층 발전 모델로도 보급하고 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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