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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차린 기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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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맥을 못 추던 ㈜기린이 최근 생기를 되찾고 있다. 중견 식품업체인 기린은 외환위기 이후 부도가 났고 이후 주인이 두 차례나 바뀌는 등 홍역을 치렀다. 한 때 매출액이 96년(1300억원)의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도 난지 7년만에 흑자을 내면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올 들어 회사의 3대 사업축인 제과.제빵.빙과의 3개 공장을 모두 헐고 다시 짓기로 했다. 수원의 빙과 공장은 이미 4월에 새로 지었고 제빵공장은 10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또 제과공장은 내년 6월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 건설한다. 이렇게 되면 기린의 제품 생산량은 지금 보다 30% 가량 늘고 제품도 고급화된다. 공장건설 비용은 부산 반여동 공장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 나오는 수익금(약 650억원)으로 충당키로 했다.

기린은 새로 지은 빙과 공장에서 첫 작품으로 내놓은 아이스크림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가 출시 두 달 만에 500만개가 팔리자 '회사의 부활'에 자신감을 얻었다.

이 회사 이용수 사장은 "공장을 새로 장만하는 것은 제과.제빵.빙과의 제품의 품질을 한 단계 높여 마케팅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연말까지는 800억원 매출에 3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매출목표는 2000억원이다. 80~90년대 제과점서 파는 고급 아이스크림 '본젤라또', 쌀과자 '쌀로별' 등을 내놔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기린은 지난해 매출 760억원에 10억원의 이익을 냈다.

김영근 마케팅 실장은 "밀가루 과자가 중심을 이루던 87년 5월 쌀과자 '쌀로별'의 출시는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넣었다"며 "회사의 적극적인 투자로 기린의 재기 발판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기린은 기존의 '프리미엄'제품이란 이미지에 '자연친화' 이미지를 더해 국내 굴지의 종합식품사로 도약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5월에 녹차와 상황버섯을 이용한 음료 '상록차'를 내놓고 제과점에서만 팔던 아이스크림의 유통 경로를 편의점 등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하나증권 오만진 애널리스트는 "공장신축.마케팅 강화 등 구조조정 방향은 잘 설정했지만 목표하는 매출이나 수익을 내는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도 있다"며 "시장에서 롯데 등 대기업과 맞서 싸우기위해선 마케팅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기린=1969년 삼립식품㈜으로 출발했다. 종합식품업체 SPC의 계열인 삼립식품과 이름은 같았으나 별개의 회사였다. 81년 사명을 현재의 기린으로 바꾸고 82년 고급 아이스크림 '본젤라또'를 출시해 사세를 키웠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부도가 났다. 계열사에 빚보증을 많이 한 탓이다. 2003년까지 화의 상태에서 기업이 운영됐다. 2003년 3월에 기업구조조정(CRC) 업체인 '프러시 인베스트 홀딩스 코어' 에 인수됐다가 2004년 12월 지금의 주인을 만났다. 이 회사 대주주는 투자 전문업체인 ㈜서현개발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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