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에 150억 준 대가로 현대 20조 상당 특혜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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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현대그룹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비자금 1백50억원을 주고 얻은 특혜 규모는 20조원은 될 것이다."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지난 6월 현대 대북 송금 특검과 이후 대검 조사 과정에서 밝힌 진술 내용이다.

李씨는 朴씨가 현대에서 비자금을 받았다고 진술한 검찰 측 주요 증인. 李씨는 17일 오후 서울지법 309호 법정에서 벌어질 朴씨의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도 나와 朴씨와 치열한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

李씨는 특검과 대검 조사에서 "당시 실력자였던 朴씨에게 1백50억원을 준 데 따른 현대 측의 특혜를 돈으로 환산하면 20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특혜'항목까지 열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밝힌 항목에는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4천억원 대출 및 자동차 운반선 매각▶현대건설 1차 부도 후 채권단의 자금 지원▶현대전자 지원▶관광공사의 현대아산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李씨는 당시 朴씨와의 대질 조사에서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을 하면서도 "朴씨에게 양도성예금증서(CD)가 든 봉투를 두 손으로 건넸더니 한 손으로 받아 소파 옆에 놓았다"는 등 진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朴씨가 "똑똑한 李전회장 표정이 왜 저러며, 손은 왜 떠느냐"고 핀잔을 주며 "완전한 소설이니 계좌추적을 끝까지 해보라"고 반박했다는 게 수사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검찰은 朴씨에게 건너간 CD 마련에 관여했던 현대 임직원들의 진술이 대부분 일치해 朴씨의 혐의를 확신하고 있다.

검찰이 17일 재판에 현대 임직원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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