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고구려가 손에 잡힐 듯 고분벽화 사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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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에 나오는 부엌과 고기창고 .

고구려 안악3호분(황해남도 안안군 오국리)은 4세기 중엽 고구려의 일상을 조목조목 들여다보는 생활사 박물관과 같다. 부엌에선 아낙네가 음식을 끓이고 있고, 그 옆의 푸줏간에는 돼지고기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방앗간.우물.마구간.외양간.차고도 볼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대행렬도'다. 기수.시녀.기악대.기마대 등 250여 명이 웅장한 교향악을 연출한다. 풍성한 체구의 무덤 안주인이 뿜어내는 도도한 눈빛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덕흥리 고분(평안남도 남포시 덕흥동)은 또 어떤가. 소를 끌고 가는 견우 뒤로 직녀가 보이고, 말을 타고 사냥하는 고구려 무인의 기개도 인상적이다. 무덤 안 묵서(墨書)에는 "무덤을 만드는 데 일만 명의 공력이 들었고, 날마다 소와 양을 잡아서 술과 고기, 쌀은 먹지 못할 정도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고구려인이 무덤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고분벽화를 돌아보는 전시회가 다음달 2일부터 10월 22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에도 고구려 관련 전시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번 자리는 평양 일대 고구려 벽화를 집중 조명한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소개되는 고구려 고분은 안악3호분.덕흥리 고분.쌍영총.호남리 사신총.강서대묘.강서중묘 6기다. 2004년 일본 교도통신이 평양에 들어가 찍은 사진 147컷이 나온다.

전시감독을 맡은 전호태(울산대) 교수는 "쌍용총.호남리 사신총 벽화는 그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세계적 유산인 고구려 벽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바란다"고 말했다. 02-724-0114.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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