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내 미 본토 도달 … 요격 미사일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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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방어(MD)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미 해군 소속 샤일로호가 29일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에 입항했다. [요코스카 AP=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주 코디액섬에서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과 비슷한 높이 32m 무게 80t의 2단 미사일이 공중으로 발사된다. 그러자 고도 3만5780㎞의 정지 궤도에 떠 있던 미국의 적외선 탐지위성(DSP)이 미사일의 꽁무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을 포착한다.

DSP는 미사일의 속도와 방향.궤도를 즉각 분석한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자리 잡은 북미우주방공사령부(NORAD)에 전달된다. 이 미사일이 1분도 안 돼 미국 본토에 도달할 것으로 판단한 NORAD는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요격 명령을 내린다. 반덴버그 기지는 요격 미사일(GBI)을 발사한다. 요격 미사일은 초속 6.4㎞로 날아가 북한 미사일을 공중에서 명중시킨다.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이 같은 장면이 31일(현지시간) 실제로 벌어진다.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2호 공격에 대비해 미사일 방어(Missile Defence)망을 실험하는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 요격 실험은 2005년 2월 이후 18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미국의 MD 시스템 책임자인 헨리 오버링 공군 중장은 28일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미사일(대포동 2호)과 탄두의 무게, 크기.속도가 유사한 미사일을 실험의 목표 미사일로 사용할 것"이라며 "목표 미사일은 (대포동 2호와) 매우 닮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번 실험에서 목표 미사일을 요격해 떨어뜨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재설계된 요격 발사체가 목표 미사일을 탐지하고 미사일의 탄두와 보조추진장치를 구분할 수 있는지, 지상 관제센터와의 교신은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오버링 중장은 "요격 미사일이 목표 미사일을 실제로 맞혀 떨어뜨리는 마지막 단계의 요격 실험은 이번과 같은 장소에서 12월 중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요격 실험은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근처에 있는 북미방공사령부에서 통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동해에 최첨단 이지스함을 실전 배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미군의 최신예 이지스 순양함 '샤일로'(9950t) 호가 미국이 추진 중인 MD의 일환으로 29일 오전 일본의 요코스카(橫須賀) 미군 기지에 입항했다. 샤일로 호는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SM3)을 탑재, 북한의 탄도미사일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미국은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를 올해 안에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며, 일본도 올해부터 PAC-3를, 내년도부터는 SM3 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지난달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한 요격 미사일과 MD를 처음으로 '실전 모드(active mode)'로 전환했다.

?북미방공사령부(NORAD)= 미국의 미사일 방어 지휘본부다. 핵무기를 실은 옛 소련 전략폭격기의 공격에 대비해 1958년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암벽 속에 구축했다.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미국과 캐나다 상공에서 발생하는 모든 공중 작전을 지휘, 통제한다. 한국의 오산 미 7공군사령부와도 직접 연결돼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서울=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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