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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2차 중도금 '저금리 대출' 형평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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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판교 2차 중도금 대출 금리는 연 4.99%. 은행과 관계없이 일률적이다. 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0.3%포인트를 얹어 정해졌다. 시행사인 대한주택공사와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과 농협 등 5개 은행 사이의 협약에 따른 것이다.

또 5개 은행 가운데 일부는 판교 2차에 당첨된 강남 지역 고객에 대해 우대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강남 고객은 거래실적도 많고, 신용도 좋으니 가산금리를 0.25%포인트만 얹겠다는 것이다. 이때 적용되는 중도금 대출 금리는 연 4.74%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다. 시중은행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게 신한은행의 연 5.39%다. 시중은행 최저 금리보다 판교 2차 중도금 대출 금리가 0.4%포인트 낮다. 또 국민.하나은행과 농협의 최저 금리와 비교하면 금리 차이는 0.41~0.72%포인트로 벌어진다. 따라서 판교 이외의 지역에서 담보대출을 쓰고 있는 고객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도 시행사의 보증과 집단대출이라는 이점으로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판교 2차의 경우 금리 할인 폭이 지나치다고 본다. 특히 개인의 신용도와 거래 실적이 아니라 판교라는 지역을 정해 두고 대출고객과 관계없이 큰 폭의 '금리 세일'을 한 것은 그동안 차별화 마케팅을 강조해 온 은행들의 경영 방향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대출 성격이 강한 중도금 대출 금리가 확실한 담보가 있는 대출보다 낮게 정해진 것은 기본적인 리스크(위험) 관리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향후 은행의 수익성에도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공사와 협약을 맺고 입주 예정자에게 대출을 해 주는 중도금 대출 금리는 CD 금리에 1%포인트를 가산하는 게 업계의 관행이다. 또 시공사와 협약을 맺지 않고 개인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는 연 7%에 육박한다.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이보다 높은 연 8~9%대에 달한다.

이에 대해 5개 은행은 고객 선점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이들 은행은 이번 중도금 대출이 이뤄지면 일반 예대마진에 비해 연 0.2%포인트 마이너스 요인이 생길 것으로 추산한다. 출혈경쟁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입주 후 대출고객의 예금을 유치하거나 신용카드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만회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교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장기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당장 저금리 혜택을 주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은행에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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