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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수합동/자민당 35년이 남긴 것: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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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회당 부상하자 “보수 총집결”/“길어야 10년” 예상깨고 장수/정국 안정됐지만 금권ㆍ파벌정치 병폐
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인 22일 민정­민주­공화 3당의 합당발표는 그 중요성에서나 전격성에서 우리정치에 큰 충격과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워낙 처음 있는 일일뿐 아니라 전례가 없는 일이라 앞으로 정국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나갈 것인지에 대해 벌서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합당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번 합당이 중도ㆍ온건ㆍ보수의 대연합이라고 그 성격을 규정하고 그 모델로 일본 자민당의 예를 들고 있다.
지난 55년 일본이 보수대연합을 결성하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지금의 우리와 흡사한 상황이었으며,오늘 일본정치의 안정이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다. 과연 당시 자민당이 어떤 배경과 상황에서 창당됐으며 창당후 어떤 진통과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앞으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일본 자민당이 창당된 1955년은 여러가지 면에서 하나의 분수령의 해였다. 경제는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소위 6ㆍ25특수가 끝나 하강국면에 들어가고 설비투자부진ㆍ수출둔화ㆍ국제수지적자등 정체기에 들어갔다.
노사분규도 큰 고비를 맞았다. 경제불황속에서 사용자측의 대노조 우위를 확보해나갔고 이에 대해 노조측의 투쟁도 대형화해갔다.
이같은 불안한 상황에서 정치도 조용할 수 없었다. 54년 12월 전후 일본을 6년동안 이끌던 요시다 (길전 무) 내각이 붕괴했다.
당시 일본 정계는 요시다가 이끄는 자유당,하토야마(구산일랑)가 이끄는 민주당,그리고 혁신계 사회당등 3당이 정립하고 있었다.
이러던중 55년 2월 총선에서 사회당이 크게 대두하자 일본의 보수세력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일본의 보수세력,재계는 같은 보수세력인 자유ㆍ민주 양당의 통합을 추진했으며 그해 11월 자유와 민주의 머릿자를 따 「자민당」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당시 이같은 양당 통합을 가능케했던 배경으로 크게 두가지를 들수 있다. 하나는 당시 경제동우회와 상공회의소등 재계에서 주장한 「혁신대두ㆍ보수위기론」이었다. 즉 당시 사회당으로 대표되는 좌파세력이 크게 대두함으로써 일본보수진영은 큰 위협을 느꼈으며 우익진영 대연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다른 하나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세계질서가 본격적인 냉전구조로 편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태평양에서 「반공의 보루」로 만들려는 전략으로 일본에 친미ㆍ보수적 정치구조를 확고히할 필요성이 있었다.
자민당 출범당시 그 산파역의 하나였던 미키 부키치(삼목무길)는 자민당의 수명이 「길어야 10년」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지금까지 35년동안 자민당은 일본의 집권정당으로서 장기집권하고 있으며 패전국에서 오늘날 세계적 경제대국으로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화려한 성과의 뒷면에는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첨단기술을 세계에 자랑하는 경제ㆍ기술대국 일본이지만 정치만은 봉건시대의 그것과 같이 도무지 발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본정치를 보는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파벌과 금권이다. 오야붕(친분),고붕(자분) 관계로 이뤄지는 일본의 전통적 상하질서가 그대로 현대화된 것이 일본정계의 파벌이다.
자민당의 파벌은 일본정치 분석에 있어 불가결의 독특한 존재로 각파벌을 이끄는 유력 리더들끼리의 대립ㆍ거래로 권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파벌은 상하 두가지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 상은 당의 총재가 되기 위해 자신을 지지하는 다수의 하(특히 국회의원)를 거느려야 한다. 한편 하는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즉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선 당 실력자의 영향력을 이용해 당의 공천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이같은 상과 하의 이해일치가 당내인맥의 계열화,즉 파벌형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현재 자민당내에는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죽하등)파를 비롯,미야자와(궁택희일)파,구나카소네(중증근강홍)파,아베(안배진태랑)파,고모토(하본민부)파의 5개파벌이 존재하고 있다.
금권정치의 문제는 파벌문제와 함께 자민당 출발당시부터 계속돼온 고질적 문제로 정치와 경제의 결탁인 소위 정경유착은 일본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다나카금맥」으로 유명했던 다나카전총리가 관련된 록히드사건을 비롯,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리크루트스캔들은 그 대표적인 사건이며,이외에도 「돈」과 관련된 숱한 사건들이 전후 일본정치사를 더럽혀왔다.
이같은 자민당의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일본의 유권자들은 최근 자민당에 등을 돌리기 시작,야당인 사회당의 인기가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선 자민당이 참패,참의원에선 보와 혁이 역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편 자민당내에서도 리크루트사건등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비판을 인식,금권ㆍ파벌정치를 지양하는 「정치개혁」을 표방하고 지난해 5월부터 정치개혁 특별위를 가동,정치개혁대강을 발표하는등 정치개혁을 시도하고 있으나 워낙 뿌리깊은 자민당의 파벌인지라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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