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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빼고 … 깎고 … 죄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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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포드차가 생산한 ‘익스플로러’ 등이 켄터키주 루이스빌 공장에 도열해 있는 모습. [미 루이스빌 로이터=연합]

씨티그룹 공동회장이면서 포드의 이사를 맡고 있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포드 이사직에서 곧 물러난다. 이유는 포드의 구조조정 때문.

루빈 회장은 25일 빌포드 주니어 포드 회장에게 서한을 보내 "씨티그룹이 포드의 구조조정 자문을 맡고 있어 두 자리를 겸하는 것이 이해 충돌을 빚을 수 있다"고 사의를 표시했다. 이로써 루빈을 포함해 최근 5개월 새 모두 세 명의 이사가 사직했다. 그의 사의 표시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둘러싼 포드 내부 분위기는 훨씬 어수선해지고 있다.

포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다. 포드가 발표하는 갖가지 구조조정 방안은 연일 외신을 장식하고 있을 정도다. 또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검토중인 계획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 GM 제치고 르노-닛산과 손잡나=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다. 현재 GM과 르노-닛산이 자본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이 협상이 결렬될 경우 포드는 즉각 르노-닛산과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포드가 르노-닛산과 겹치는 차종이 적어 GM보다 제휴에 더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 기준으로 약 12.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포드가 9%의 르노-닛산과 합칠 경우 GM(18.8%)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군단이 된다.

◆ '개인기업화'설도 솔솔=USA 투데이는 최근 포드가 경영 회생을 위해 포드 일가의 개인기업으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접 소유한 지분 5% 외에 관계사를 통해 4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포드 일가가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상장을 폐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주주 압력에서 벗어나 소신껏 회사를 구조조정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포드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에 큰 도움이 안된다. 또 추가 지분 매입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 때문에 회의론이 많다.

◆ 유럽 고급 브랜드 매각=포드가 보유한 유럽 브랜드인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애스턴 마틴 등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들 프리미엄 자동차 그룹은 2004년 포드 전체 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경영이 좋았지만, 이후 일본 차에 밀려 급격히 판매가 위축됐다.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포드는 골드만삭스의 인수.합병 전문가를 영입해 이들 브랜드의 가치 평가 작업을 벌인데 이어 현재 JP모건 체이스 산하의 원 에퀴티 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브랜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건을 대표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5년 전 포드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자크 나세르다.

◆ 할부금융사도 매물로=포드는 할부금융 자회사 포드 모터 크레디트(FMC)도 매물로 내놨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FMC는 매년 큰 폭의 흑자가 나는 알짜 기업이다. 이 것까지 팔 정도로 포드의 사정은 절박하다는 얘기다. 포드는 또 올 4분기에 북미지역의 생산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1% 감축해 62만대로 유지하는 구조조정 방안도 발표했다. 생산규모 감축 비율로는 1980년대 초 이후 최대 수준이다. 포드의 구조조정안은 다음달 14일 이사회를 통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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