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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음식 '명품 브랜드' 로 뜬다

중앙일보

입력

수도권 서해안 관광 명소인 대부도에는 74개의 바지락 칼국수집이 성업 중이다. 싱싱한 조개로 만든 바지락 칼국수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이 맛에 반해 대부도를 찾는 관광객도 많다.

이곳 칼국수집 주인들은 요즘 기대에 부풀어 있다. 경기도 안산시가 칼국수를 전국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안산시는 최근 경원대에 '향토음식 이용 방안 및 육성계획 용역'을 맡겼다. 요리 방법을 표준화해 맛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일차 목표다. 상표 등록과 특허출원도 계획하고 있다.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최영찬(46)씨는 "칼국수에 독특한 이름이 붙여지면 대부도의 명성이 전국에 알려지게 되고 수입이 3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향토의 대표음식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제품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널리 알려져 있는 음식을 내세워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편 주민 소득도 올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명품 브랜드로 만들기=전북 남원시는 7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추어탕 명품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로고를 만드는 한편 추어탕 음식점 30여 곳이 몰려 있는 광한루 주변을 '추어의 거리'로 조성하고 미꾸라지 관련 조형물을 세우기로 했다.

남원시청 이금열 위생담당은 "사계절 웰빙음식인 추어탕을 부각시켜 소득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언제든지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 체험장, 치어 연구소 등이 들어서는 추어특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동래구는 동래파전을 대량으로 판매하기 위해 표준화 작업에 들어갔다. 지역주민 35명이 참여하는 동래파전연구회가 중심이 돼 조리법을 통일하고 포장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래파전 식당이 전국 각지에서 성업 중이지만 맛이 들쭉날쭉하고 파전의 모양도 다르다. 동래구는 전국적으로 판매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파전 시식행사를 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은 매생이탕 개발.판매를 위해 최근 식품회사인 ㈜미당과 협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장흥군의 의뢰에 따라 '장흥 매생이탕' 완제품을 개발했으며 다음 달 전국의 소매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장흥군 대덕읍에서 생산되는 '내저찰 매생이' 등 3종은 상표권을 획득했다. 이곳 200여 농가는 매생이로 연간 1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 보관 및 유통망 확보가 과제=음식점마다 다른 조리법을 통일하고 장기간 보관하는 것이 제품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으로 꼽힌다.

김소미(동부산대 교수) 동래파전 연구회장은 "물기가 많은 파전이 갓 구운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포장법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시는 상표등록한 '양주골 한우' 브랜드를 앞세워 지난해 말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에 '양주골 한우마을'을 만들었다. 11개의 음식점이 몰려 있는 이곳에 한우마을을 상징하는 대형 아치와 안내판을 세우고 한우마을 로고를 넣은 가로등 34개를 설치했다. 음식점 주인 이태식(39)씨는 "브랜드와 1등급 한우만 사용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손님이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우가 브랜드 등록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축산 농가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고정적으로 한우를 공급할 식당과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주축협 최종규 팀장은 "인근 지역과 연대해 광역 브랜드를 만들어 안정적인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진권.전익진.장대석.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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