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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막고 돈줄 죄고…중국 '경기 속도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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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나친 경제성장을 우려한 중국이 세금환급 규모 축소, 지불준비금 확대 등으로 수출과 금융 부문을 죄면서 경기 속도조절에 나섰다. 불황의 끝자락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와 정반대의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발표에서 수출업자를 위한 세금환급 규모를 내년 1월부터 현재 17%에서 14%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경제정책의 기본인 '강한 수출성장'전략을 후퇴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는 수출업자 지원에 들어가는 한해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부수 효과도 얻게 된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넘어선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자 경기과열 부담도 덜고 무역역조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의 비난을 피해보고자 하는 다목적용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15일 보도했다.

아시아 경제위기가 시작된 1997년부터 중국 정부는 아시아 국가의 환율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수출업자들의 세금환급 비중을 크게 올렸다. 그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중국의 수출은 지난해 22% 늘었으며, 올해도 2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급성장이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불러왔다.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과 유럽은 최근 수개월간 집요하게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해왔다.

베이징(北京)대학 중국경제연구센터의 린이푸 국장은 "세금환급을 축소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환율을 조작해 수출을 늘리고 있다는 미국.유럽 국가들의 비난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수출에 미치는 실제 효과는 위안화 평가절상과 맞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위주였던 중국의 금융정책도 급변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의 류밍캉(劉明康)주석은 이날 "연말께 한층 강화된 은행감독법이 통과된다"며 "또 향후 5~7년 내로 외국인의 중국은행 투자한도를 현행 15%에서 25%로 높이는 방법으로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지난 8월 민간 은행들의 지불준비금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 6월에는 은행의 부실대출을 줄이기 위해 미완공 건물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금지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공식 전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자 중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경제성장 통계를 축소하려 한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난 주말 중국 국내외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미국을 중심으로 거세지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줄이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조작,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중국 정부의 싱크 탱크인 중국국가정보센터의 주홍위안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여전히 변방의 높은 실업률과 도시 빈민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며 "지금처럼 투자와 대출을 억제하고 세금 환급 규모를 낮추면 경제성장의 힘을 너무 떨어뜨릴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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