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의 요구로 테이블에 고량주가 곁들여지면서 대화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노 대통령이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의원들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 했다"며 "평소 같으면 역정을 낼 대목에서도 편하게 웃고 받아넘기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만든 대화 내용.(*표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바다이야기'에 한숨
▶노 대통령="반노(反盧)만 다 모였네."(*참석자 중 일부가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한 적이 있는 것을 감안해 농담조로 건넨 말.)
▶참석자A="레임덕이 오니까 대화가 됩니다."(*참석자들 모두 웃음.)
▶노 대통령=(바다이야기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담배를 꺼내물며)"도둑 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는다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도록 몰랐는지 부끄럽다. 검찰이 수사를 잘하지 않겠느냐.(야당의 '권력형 게이트'공세에 대해선)청와대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소 잘 피우지 않던 담배를 여러 대 피웠는데 한 참석자는 "답답한 심경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설명.)
◆당.청 관계
▶노 대통령="열린우리당에서 비판을 받은 게 제일 아픈 일이다. 하지만 당이 정권을 잡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면 (비판을)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당이 유지돼야 한다.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양대 산맥이 계속 유지돼 가야 한다."
▶참석자B="당.청 간에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누가 됐든지 정무수석이나 정무장관 등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노 대통령="그럼 정무수석이라도 한번 만들어 보지요."(*한 참석자는 "정무수석을 부활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라 당.청 관계를 잘해보자는 취지로 가볍게 의원들의 주문을 받아넘긴 것"이라고 설명.)
▶참석자C="교육부총리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노 대통령="언론과 정치권의 눈에 맞는 사람을 찾기가 참 힘들다."
◆한.미 FTA
▶노 대통령="한.미 FTA가 원만하게 체결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도와 달라. 만일 우리가 미국하고 FTA를 체결하지 않은 채 미국이 일본 또는 중국과 FTA를 체결하려 했다면 '왜 우리는 그것도 못하느냐' '정부가 무능하다'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다. 반드시 이뤄야 할 사안이다."
▶참석자들="적극 돕겠다."
◆내년 대선 관련
▶참석자D="정치권에서 (노 대통령이 말한)'외부 선장론'이 화제가 됐었다…."
▶노 대통령="모든 걸 떠나 당이 잘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외부에서 사람이 오지 않겠느냐. 지금 당 사정이 좀 안 좋은데 그걸 채워야 할 몫은 여러분의 몫이고,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참석자E="탈당은 안 한다고 했는데…."
▶노 대통령="퇴임하더라도 내 나이가 젊은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당에 끝까지 남아 있고 싶다. 그러나 총선.대선에 대통령이 걸림돌이 된다면…."(*한 참석자는 "선거에서 걸림돌이 된다면 '나를 딛고 가라'는 의미로 들렸다"고 설명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