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문제 결국은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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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즈펠드 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점으로 2009년을 공식 통보한 서한에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거론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자주 국방'을 추구한다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메시지다. 전작권 환수를 계기로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공동방위체제로 바뀌면서 국민이 내야 할 세금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지난 3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공평하고 적절한 방위비를 분담할 용의가 있느냐가 한국이 미군의 주둔을 원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징표"라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한 바 있다. 럼즈펠드 장관까지 나섬에 따라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2007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해 4월 타결된 2005~2006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은 전년보다 8.9% 줄어든 연간 6804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9~10일 서울에서 열린 협상에서 정부는 2008년까지 주한미군이 3만7500명에서 2만5000명 수준으로 줄고, 특별한 증액 사유가 없는 만큼 지난해 합의 금액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은 당초 주한미군의 인건비는 한국의 분담금 내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럼즈펠드 장관이 이번 서한에서 쓴 '공평한(equitable) 분담'이란 표현도 '50 대 50으로 동등하게 분담하자'는 입장을 강력히 밝힌 것이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요구를 단순 계산하면 연간 방위비 분담액은 최소 8500억원으로 지금보다 1700억원가량 늘어나게 된다.

전작권 환수로 늘어날 재정 부담 가운데 가장 큰 몫은 한국 군의 전력 증강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이다. 국방부는 2007년부터 5년 동안 151조원의 국방 예산 가운데 약 50조원을 투입해 공중조기경보통제기(E-X), 다목적 실용위성, F-15K 전투기, 214급 잠수함 등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겠다는 '국방 중기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전작권 환수 시기를 2012년으로 맞췄을 때의 얘기다. 2009년으로 앞당겨질 경우 재정 부담은 우리 정부가 소화하기 힘들다.

한나라당과 일부 전직 국방장관들은 한.미 동맹 구도가 헝클어진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대체할 역량을 우리 군이 갖추려면 장기적으로 1100조~1300조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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