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치안 사각지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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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백주에 도둑과 강도가 버젓이 집에 들어오는 일을 자주 당하다보니 이제는 계단의 발자국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요.』
18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수평동 부림주택 201호.
가스총을 든 20대 3인조 강도에 의해 1시간여 동안 감금당하고 7백50여만원을 털린 김현주씨(65ㆍ무직)집에 동병상련의 이웃들이 모였다. 과히 넉넉하지 못한 형편의 서민 여섯가구가 살고있는 이 연립주택은 지난해 이후 세가구가 다섯차례나 대낮에 강ㆍ절도를 당하는 수난을 겪고있다.
『잠깐만 집을 비우면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들어오더군요. 매번 경찰에 신고하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잊어버리라」는 충고뿐이었습니다.』
지난해 3,6,12월 세차례나 대낮 빈지털이를 당해 어렵게 장만한 비디오세트ㆍ카메라 등 가전제품을 모두 잃었다는 101호 장성렬씨(34ㆍ트럭운전사)의 부인 김연화씨(32)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범인들이 가스총을 들이댔을때 공포보다 환갑이 다된 나이에 노점상을 하며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잃고 실망한 아내의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김현주씨의 한숨어린 넋두리가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봉고차까지 준비한 절도범에 살림살이를 몽땅 털리고난뒤 다른 곳으로 이사간 102호 서병주씨(34)의 불운도 화제에 올랐다.
『큰맘 먹고 설치한 2중키와 방범창도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물건은 그만두고 사람이나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날로 늘어가는 범죄의 사각지대가 된 서민주택가.
보호받지못한 서민들의 불안한 표정속에 말로만 요란한 민생치안의 현주소가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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