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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 또 보복당할라/이상언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의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16일 검거된 장안파일당 13명은 벌어진 어깨와 우람한 체구에 거친 인상,온몸에 나있는 칼자국 흉터와 각종 문신들로 보기조차 끔찍스럽다.
일반인들은 이들이 떼지어 흉기를 들고 덤벼들지 않더라도 마주치기만 해도 겁에 질리기 십상이다.
이들이 「비굴하게 살지 않는다」는 그럴 듯한 행동강령까지 정해놓고 합숙훈련까지 하며 일본도ㆍ생선회칼ㆍ야구방망이ㆍ도끼 등으로 무장,장안평 일대를 휩쓸고 다녔다니 피해자들의 공포는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이들을 잡아들인 검찰은 막상 피해자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입증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꼽히는 연예인 폭력사건들도 한결같이 피해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는 실정이다. 폭력배들은 범죄사실을 털어놓아도 피해 당사자들이 오히려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떼기에 바쁘다.
한마디로 보복이 두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시적으로 이들을 잡아들일지 모르지만 피해자들은 평생 그 세계에서 먹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뭇 입장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또 끔찍한 피해를 당해 보면 안다는 사람도 있다.
검ㆍ경찰은 번번이 조직폭력을 뿌리뽑는다고 큰소리쳤지만 한번이라도 뿌리뽑힌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같은 피해자들의 주장은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결국 수사당국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짙게 깔려있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서울등 6개 대도시 지검별로 최고의 수사력을 자랑하는 특수부 검사들을 총동원,「민생특수부」를 편성해 놓고 폭력조직의 근절을 약속했다.
그 기세도 종전과 달리 단순한 일과성 엄포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법전속에서 잠자던 「범죄단체조직죄」를 과감하게 적용,두목에게는 사형까지도 구형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조직폭력배는 사회의 음지ㆍ습지에서 기생하는 없어져야 할 독버섯이다. 국민들이 이들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기본권리다. 또 정부가 폭력조직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함은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우리 국민들은 최소한의 기본권도 누리지 못하고,우리 수사당국은 가장 초보적인 의무도 다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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