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북 석유 공급 줄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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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위해 대북 석유공급을 줄였다고 중국 현지 소식통이 26일 전했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도시인 단둥(丹東) 시내에서 20㎞쯤 떨어진 빠산(八三)유류저장소(油庫)의 한 직원은 이날 “요즘 이곳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석유량이 상당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 유류저장소는 중국 다칭(大慶) 유전에서 보내온 석유를 저장하는 시설로, 이곳에 저장된 원유는 여기서 10여㎞ 떨어진 압록강변을 통해 북한으로 보내진다.

이 관계자는 “7월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석유 공급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들은 “말할 수 없다”고 언급을 회피했다.현지 지방 정부 관계자는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부인했다. 중국은 지난 2003년 6자 회담이 결렬됐을 때도 송유관 수리를 이유로 대북 석유공급을 3일간 일시 중단했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베이징 소식통도 이와관련 “중국이 미사일 발사이후 대북 석유 공급을 줄였다”고 말했다. 또 이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옥수수 수출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베이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개인적으로 밀가루를 30-50㎏t씩 구입, 열차편으로 평양에 보내고 있다.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핵실험을 막기위해 김정일에게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도록 경고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임시 회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워싱턴 관측통들은 미국이 중국에게 대북 석유공급을 ‘수주간’ 줄이거나 중단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중국을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중국측에 대북 원유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이 북한에 지원하는 원유는 북한 전체 원유 수입량의 대부분을 차지, 북한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북한은 1989년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연간 250만t의 석유를 수입했으나 1991년 소련 붕괴후 소련으로부터의 석유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그후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50만t 내외의 석유를 들여오고 있는데 이는 북한 석유수요의 80%에 해당된다.

최원기 기자 (brent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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