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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커버 스토리] 4인4색 디자인 인간型 - 표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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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파(Performance Stage)=패션.인테리어 모두 자기 표현의 도구로 생각한다. 음식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 집안은 고가품과 싸구려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별종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의외로 자신의 감성을 고집하는 데는 보수적이기도 하다.

"나요? 나는 매력있는 사람이지."

대뜸 당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가수 전인권(50)씨가 툭 한마디 뱉더니 미소를 짓는다. 최근 화제가 됐던 한 위성방송 TV광고에서 싱긋 흘리던 그 미소 그대로다.

"남 앞에 나를 자랑하는 걸 아주 좋아하죠. 타고난 연예인이라니까."

그에게는 옷차림부터 가지고 있는 물건 하나 하나까지 모두 자신을 표현하는 '공연'이고 '예술'이다. 검은색 재킷과 부스스한 사자 머리는 30여년 전 데뷔 때부터 고수하는 스타일. 그에게도 옷 골라주는 코디네이터가 있고 단골 미용실도 있지만 전인권을 만드는 것은 결국 전인권 자신이다.

"요즘 후배 가수들은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 돼요. 내 머리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닌데."

그는 "남들과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똑같은 노래를 부르려면 뭐하러 가수 하느냐"고 말한다. 짙은색 선글라스 안에 감춰진 그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남들과 똑같이 살려면 뭐하러 사느냐'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다.

그렇다고 무작정 소리 높여 자신을 주장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전씨가 말하는 참된 자기 표현의 전제 조건은 '절제'다.

"인생도 노래도 절제가 중요해요. 전에는 소리를 잘 내지르기만 하면 좋은 음악인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더라고. 내질러야 할 때와 참아야 할 때를 구별하는 게 더 어렵더군요."

그가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를 언제나 끼는 이유는 "세상에 내 모습을 전부 드러내기보다 뭔가 하나쯤 숨기는 것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란다. 최근 쏟아지는 CF 섭외를 거절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시 좀 뜬다고 이곳저곳 나섰다간 사람들이 금방 식상해할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절제를 강조하는 전씨지만 일단 자기 스타일이라고 생각을 굳히면 쇠심줄이 따로 없다. 식성부터가 그렇다. 좋아하는 돼지 주물럭은 매끼니 먹어도 상관없지만, 피자.햄버거는 딱 2년에 한 번 날을 잡아서 먹는다. 그때 말고는 누가 줘도 안 먹는다.

그의 집 대문 앞까지만 가보면 '인권이 라이프'가 어떤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전씨가 사는 곳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언덕 꼭대기. 자신이 갓난아기 때 이사와 딸(21)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 49년째 한 집에 살고 있다. 구비구비 골목이 하도 좁아 언덕 밑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여분간 '등산'을 해야 하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끝내주는 경치를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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