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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커버 스토리] 디자인으로 본 감성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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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팀이 감성 유형 분류에 이용한 것은 '이모셔널 프로그램(이하 EP)'. 일본의 제품 디자인 기획자인 사카이 나오키(坂井直樹.56)가 개발, 1980년대 중반부터 20여년에 걸쳐 발전해 온 소비성향 분석 기법이다.

EP의 기본 전제는 개인의 디자인 취향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보이며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 즉, 그 사람이 갖고 있거나 앞으로 가지고 싶어하는 자동차와 카메라 등에 대한 취향을 분석하면 그 사람이 어떤 가구와 시계를 좋아할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카이는 수천여개의 상표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뒤 같은 상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냈다. 이같은 조사에 따라 그는 인간의 감성을 ▶정통파▶선진파▶자유파▶현대파▶표현파▶전통파▶귀여운 전통파▶일상파 ▶스트리트파 등 9개로 분류했다.

그가 설립한 '워터스튜디오'에서는 지금까지 이 기법을 이용해 닛산 자동차.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세이코 손목시계 등의 여러 제품을 기획했다. EP 이론은 최근 '감성 마케팅, 잠든 시장을 깨운다'(정보공학연구소.1만8천원)라는 책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 정경원(53.산업디자인학) 교수는 "틀에 맞춰 턱턱 물건을 찍어내는 생산 방식은 이미 끝났다"며 "앞으로는 소비자 개개인의 서로 다른 감성을 각각 만족시키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P는 생산자를 위한 기법이지만 소비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자신의 감성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것. 정보공학연구소 김경균(39) 소장은 "자신의 디자인 감성을 깨닫게 되면 충동 구매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자신의 감성과 필요성에 따라 상품을 선택적으로 구매하는 능력을 키워야 스스로의 삶을 제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P에 따른 아홉가지 감성 분류 가운데 위에 소개된 정통파.선진파.표현파.자유파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가지 감성의 유형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 현대파(Modern Stage)=낡은 것은 질색. 신기한 것, 새 것을 좋아한다. 싫증을 잘 내고 유행에 민감하다. 먹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원룸형 공간을 선호한다. 주거 환경보다 교통의 편리성을 더 중요시한다. 영화.음악 등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다.

◇ 전통파(Traditional Stage)=개인보다는 단체가 편한 사람. 소속된 단체 안에서는 개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연장자에게 깍듯하고, 선후배 관계가 좋다. 남보다 튀어 보이려 하지는 않지만, 성공적인 미래에 대한 욕망은 강하다. 메달.트로피 등 학교.회사의 기념품이 집안에 가득하다.

◇ 귀여운 전통파(Pretty-Ivy Stage)=가정교육 잘 받았다는 소리를 들음 직한 타입. 부모가 좋아했던 상표를 그대로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속이 훨씬 더 보수적이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하고 항상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좋아해 휴대전화 요금이 많이 나오기 일쑤.

◇ 일상파(Casual Stage)=귀가 얇은 타입. 남들이 좋다고 하면 따라가기 쉽다. 연예인.유명인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방하기 좋아한다. 옷장 안을 뒤져보면 "내가 (입지도 않을) 이런 옷을 언제 샀지?"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 스트리트파(Pop-Casual Stage)=사회적 규범이나 상식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한다. 목표는 어떻게든 '튀는' 것. 스포티하면서 헐렁한 패션을 즐긴다.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한 경우가 많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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