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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문을 열자<6>|천안 개방교도소|쇠창살 없는 「교화의 터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다른 교도소의 얽매였던 생활과 너무 달라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요. 사방을 둘러싼 흰 벽이 없는데다 철문·감시초소·경비원마저 전혀 눈에 띄지 않아 한때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죄로 2년6개월의 형이, 확정돼 경주·대구교도소를 거쳐 지난해3월 천안개방교도소(충남 천안시 신당동)에 온 윤모씨(44)는 취업 등 출소후의 생활설계에 여념이 없다.
윤씨의 하루일과를 살펴보면 이곳이「감옥」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 수 있다.
오전6시40분에 기상한 윤씨는 8시까지 청소와 세면·식사를 마치고 교도소에서 제공하는 통근차를 탄다.
인근 S전기에 출근, 오후5시까지 작업 및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서다. 여기에서는 계호 교도관이 없이 완전 자율생활을 하고 점심시간은 직원들과 똑같이 식사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자유인」이다.
외부통근자가 아닌 소내 재소자들도 일반교도소의 식구통(식구통)을 통한 배식이 아니라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오후5시에 퇴근, 저녁식사 뒤 매일1시간씩 외부강사로부터 영어·국사·국민윤리 등 교양교육을 받는다. 오후7시부터 2시간동안은 일반교도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자유시간.
휴게실에서 대부분 TV시청과 바둑 등 취미활동으로 보낸다. 오후9시 간단한 저녁점호를 한 후 하루생활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후9시30분이 취침시간이지만 독서 등은 허용하기 때문에 오후 11시가 돼서야 잠드는 게 일과다.
잠자리도 일반교도소와 달리 한방에 4∼6명이 1명씩 2층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전에 있었던 교도소에서는 지시대로 따르면 돼 오히려 지내기 쉬웠는데 여기는 규칙적인 일과를 스스로 지키는 자율생활이라 책임감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비단 윤씨뿐 아니라 이곳에 수용된 1백30여명 모두가 같은 생각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이처럼 철조망과 쇠창살이 없는 천안개방교도소는 이름에 걸맞게 자율과 책임감을 특히 강조한다.
『직원·재소자간에 책임 담임제를 실시해 집단관리가 아닌 개별처우로 가족문제니 개인고민 등을 상담해주고 있으며 정신적으로 안정된 수형 생활을 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책임 담임 제란 교도관1명에 재소자2∼3명을 지정, 생활환경·가족관계·성장과정 등을 파악하고 취업정보를 제공하며 고정(고정)등을 처리하는 제도라는 게 이준하 지도과장(42) 의 설명.
이밖에도 유대강화를 위해 문예작품발표회와 정기적으로 갖는 노래·장기자랑 등 오락회도 함께 참여한다. 또 휴일에는 완전자치시간으로 족구·탁구·씨름을 즐기는 등 운동회를 연상케 한다.
친근감조성을 위해「교도관」대신「직원」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교도소 측은「주경야독」을 실천, 낮에는 건축목공·철공·전자부품조립 등 10여개 기술교육을 가르치고 밤에는 교양교육과 예의함양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 모범수밖에 수용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안타까움이다.
88년 11월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평균4개월씩 모두 4백91명이 거쳐나갔다. 그 동안 도주나 재범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게 이곳의 자랑거리.
『한때의 잘못으로 죄를 지었더라도 인간적으로 정을 갖고 대하면 대부분 순화됩니다. 이제 우리도 교정행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게된 셈이지요.』
변동윤 교도소장(48)은 성공한 출소자들이 환한 얼굴로 찾아올 때 더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천안=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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