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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90년대의 변화 30문 30답: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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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블록경제화로 무역전쟁 가열
이제는 나라밖에서 부는 경제열풍ㆍ한풍이 너무 거세어 국내정책만으로는 정부나 기업ㆍ가계가 살림살이를 꾸려나갈수 없게 되었다.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의 근거없는 실각설로 서울 증시의 주가가 곤두박질 칠정도로 우리 경제는 예민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90년대 공산권 경제의 움직임과 EC(유럽공동체) 통합의 진전,그리고 미 일의 통화정책이나 선진국 기술개발 전략이 한국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줄것인지를 알아본다.【편집자주】
◎국제 경제
⑦90년대의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로 등장할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올해로 마무리 된다.
우루과이라운드로 대표되는 신무역 질서가 계획대로 태동될 가능성 및 담겨질 내용은 무엇이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하리라고 보는가.
⑧최근 파나마 사태,미국의 강추위 내습 등으로 유가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극히 일부에서는 90년대 초의 제3차 오일쇼크 재연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왔는데 올해 유가를 중심한 국제원자재 가격 동향이 어떠할 것으로 보는가.
⑨소련ㆍ동구ㆍ중국의 경제개혁 시도가 90년대에는 어떤 정책으로 나타날 것이며 그것이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⑩EC통합,미ㆍ캐나다 자유무역등 국제경제의 블록화 현상이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며 우선 92년 EC통합 등의 진전은 어느정도까지 가능하리라 전망하는가.
⑪현재 국제기술개발 경쟁이 특히 치열한 것은 어느부문이며 선진국의 개발투자는 어느정도인가. 또 보호 조치는 어떻게 취하고 있는가.
⑫최근 미국의 달러화 강세 정책으로 일본과 적지않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ㆍ무역적자로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환율ㆍ통화정책과 이에 대응한 일본의 엔화 안정화 전략이 맞물려 선진국 통화시세가 어떻게 전개되리라 보는가.
◎우루과이라운드⑦/박태호씨 <대외경제정책연 연구위원>/다자간 쌍무교역체제로 전환
우루과이라운드가 지난 40년간 있었던 일곱차례의 국제무역 협상에 비해 특별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농산물ㆍ섬유ㆍ철강 등의 관심사항과 그동안 국제협상 차원에서 다루지 않았던 서비스ㆍ지적 소유권ㆍ외국인 투자시책 등 새로운 사항들이 광범위하게 다루어지게된 까닭이다.
16개 협상의제마다 많은 나라의 이해가 얽혀있고 핵심당사국인 미국과 EC의 입장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 현시점에서의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다음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수 있다.
첫째는 협상이 올안에 끝나되 농산물ㆍ서비스ㆍ섬유 등 주요협상 의제는 실질적 성과없이 형식적 합의로 끝나는 것이고 둘째는 이같은 실질적 성과를 얻기 힘든 의제에 대한 협상연장에 합의하는 것이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전자 형태로 끝날경우 90년대 교역질서는 혼란에 빠질것이며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ㆍ기술ㆍ투자의 국제흐름도 쌍무주의에 의해 관리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다.
반면 후자 형태로 전개된다면 세계교역 질서가 다자간 차원에 초점이 맞춰져 80년대에 가시화된 쌍무적 압력고조ㆍ지역주의 확산ㆍ관리무역등을 효과적으로 막을수 있고 이는 국제교역의 증진과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룩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의 관심분야가 함께 논의되고 있고 92년 EC통합으로 EC의 협상력이 높아짐에 따라 미ㆍ일ㆍ가등 역외 선진국들이 세계 교역을 다자간 접근방식으로 해결코자 하며 최근 소련ㆍ중국ㆍ동구 등 비시장 경제권의 세계고역 참여가 높아짐에 따라 다자간 교역질서 유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볼때 두가지 시나리오중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클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협상력이 약하고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선발개도국 입장에서는 다자간 교역 질서의 강화야말로 쌍무적 압력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참여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국가들과의 공동대처로 협상의 성공적 타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자재 가격 동향⑧/이회성씨 <에너지경제연구원장>/원유가 배럴당 18불선서 안정
금년의 원유와 주요 원자재 가격은 최근의 안정세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가가 강세에 있는 것은 북미 한파등 계절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며 연중으로는 배럴당 18달러선을 기준으로 약간의 등락을 보이는데 그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90년대를 전망해 보면 유가에 몇가지 불안한 요소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OPEC(석유수출국기구) 원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말 OPEC의 하루 생산량은 2천3백만 배럴로 생산능력의 80% 수준에 달해있다. 이는 과거처럼 할인판매등 시장확보 경쟁을 할 필요가 없게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OPEC로 하여금 공격적 가격정책을 택하도록 유인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환경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저공해 석유제품,저공해 원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가격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공해와 에너지 문제는 90년대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은 어디까지나 장기적이며 올해 나타난다고 보기는 힘들다.
만약 금년에 돌발사태로 인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원유소요가 예상밖으로 는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공급과잉을 피할수 없는 현상황에서는 약간의 가격 프리미엄과 공급량 증가로 무리없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금속류등 주요 원자재의 경우는 대체재에 의한 일부 시장 잠식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시장의 유동성을 여과없이 가격에 반영해온 국제원자재 시장의 속성등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은 현수준에서 단기적 조정에 의한 등락을 거듭 할것으로 보이며 특히 알루미늄과 아연등은 투기성 매입과 재고조정등의 영향으로 약간의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리고 올해 주요 선진국에서의 인플레 우려는 금 시세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주의국 경제⑨/이기영씨 <국제민간경제협 전문위원>/경기침체로 체질개선에 진통
동구를 비롯한 소련ㆍ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90년대 경제전망은 그들이 지난해 보여준 민주화 과정처럼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폴란드는 올해 미국,일본,서구의 막대한 차관과 경제원조에도 불구하고 3∼6%정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며 대규모의 실업이 발생하는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동구의 민주화 열풍은 새로이 집권한 정치지도자들에게 과거 스탈린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보다는 시장 경제체제를 선호하는 계기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같은 사고의 대전환은 효율성과 채산성이 고려되지 않는 기존 경제활동의 도태를 의미하며 나아가 상당수의 기업과 공장이 도산하고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따른 경제침체는 폴란드 뿐만 아니라 다른 동구국가들에도 비슷하게 작용할 것이며 소련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경기침체가 예상되기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수익성이 있는 분야로만 투자가 집중된 결과 산업간 불균형이 극심해졌다.
이같은 현상은 천안문 사태이후 가중된 국내정치 상황의 불안정과 더불어 중국의 장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따라서 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의 경제상황은 몹시 어둡다고 전망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있는 만성적인 공급부족으로 그들 국민의 경제적 불만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인플레이션 압박도 크게 받을 것이다.
또한 한국과 연관해 사회주의권 경제를 전망해보면 소련 및 동구,중국은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좋은 교역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는 사회주의권 국가들에 대한 진출을 강화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뿐 아니라 과학 기술 등의 신기술도 보완적으로 발전시킬수 있을 것이다.
◎국제경제 블록화⑩/김세원 교수 <서울대ㆍ국제경제학>/EC통합… 미도 아태국과 “악수”
「블록화」라는 용어 자체는 상대적으로 배타적,보호주의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1920∼30년대의 경우와는 달리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역주의는 그간 미국의 주도아래 추구되어 온 「국제주의」나 「무차별주의」가 하나의 허상으로 드러난데 따른 반작용으로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이면서 실익적인 취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지역주의화 추세속에서 EC(유럽공동체)는 계속 주역을 담당하면서 「92년 통합」의 일정표에 따라 역내 장벽제거와 정책통합의 추진으로 세계 제1의 대시장으로 점차 면모를 갖추어 나갈것이다.
그러나 EC의 통합은 세계경제에 제1의 시장을 제공하는 측면뿐 아니라 역내 국가 우선정책등을 채택,역외국가의 입장에선 약간의 보호주의적 조치의 채택도 가져올 것이다.
또한 EC 역내 국가의 입장에선 통합EC와 회원국간에 경제주권과 관련된 영역조정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한해가 될 것이다.
경제통합 이외에도 EC가 당면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역외 관계다. 동독의 EC가입 문제와 스위스,오스트리아 및 스웨덴등 중립국 국가들로 구성된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국가들과의 관계도 앞으로 변화를 맞게될 것이다.
한편 이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협정)체제를 불신하기 시작한 미국은 자유무역지역(FTA)협정의 체결을 통하여 지역주의로 선회할 전망이고 이스라엘 및 캐나다에 이어 이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그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의 동조와 함께 지역내 경제협력기구의 설립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ASEAN이 하나의 경제통합체로 발돋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것이나 이러한 미 일의 움직임이나 일부 회원국의 빠른 성장은 역내 제국의 결속을 가져오고 국제경제에서 그 지위를 강화시킬 수 있다.
◎신기술 개발 경쟁⑪/이경태씨 /반도체ㆍ생명공학서 미ㆍ일 각축
첨단기술 개발을 둘러싸고 점차 가열되어 가는 선진국간의 경쟁과 마찰은 오늘날 경제전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반도체ㆍ 고화질 TVㆍ신소재ㆍ생명공학ㆍ초전도체 등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국은 아직도 첨단기술분야에서만은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부하는 터이나 기초기술의 우위에 비해 산업화가 미흡,일본에 뒤진다는 위기감때문에 첨단기술 개발과 응용을 위한 국가주도의 대형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군수용의 40% 정도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해 16MD램 및 64MD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방부는 89∼93년에 소요되는 연구비 15억달러중 6억달러를 부담할 정도다. 또 첨단 영상기기인 고화질 TV(HD TV) 시장을 일본에 빼앗기지 않도록 향후 5년에 걸쳐 정부가 5억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이에 맞서 차세대 기반 기술개발 계획을 수립,신재료ㆍ생명공학ㆍ신기능 소자ㆍ초전도 부문에 우선 6백억엔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초고속 계산기ㆍ자동봉제기ㆍ극한작업 로봇개발에도 거액을 들여 미국과 한판의 대결을 불사하고 있어 선진국간 기술전쟁은 더욱 가열화될 전망이다.
연구인력ㆍ자금ㆍ노하우의 모든 면에서 지극히 불리한 우리나라가 첨단기술 개발경쟁에서 선진국과 정면 승부한다는 것은 무모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선진국의 기술이전기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독자개발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90년대 한국의 숙제다.
일본이 기술수출을 금지했던 비디오테이프 제조기술이나 초고집적회로(VLSI) 기술을 이전받을수 있었던 것은 우리의 개발 노력이 선행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겠다. 심지어 우리가 개발을 완료해도 일본은 특허 양도를 기피,생산을 하지 못하게 할 정도다. 예컨대 일본이 특허를 갖고있는 고화질 VTR(S VHS)의 경우가 좋은 예라 할수 있다.
◎선진국 통화시세⑫/허 준씨 <외환은행 이사>/엔화 상승 달러화 서서히 하락
작년 국제금융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했던 미달러화가 올해에는 약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달러화는 미국과 여타 선진국과의 금리차,중국 천안문사태,일본ㆍ서독등의 정국불안 등으로 안전통화의 위력을 십분발휘,작년에는 큰 폭의 강세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미연방은행(FRB)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긴축 기조를 다소 완화,달러화 약세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다만 주요국 환율은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균형상태를 유지,예전과 같이 미달러화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달러화는 올 연말쯤 일본 엔화에 대해 1백30엔,서독 마르크화에 대해 1.7마르크 수준의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또 달러화의 완만한 하락세에 따라 미국내 금리는 다소 떨어지고 반면 일본ㆍ서독 등의 금리는 상승,주요 선진국간의 금리격차는 좁혀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말께에는 유러달러가 8.3%대로 떨어지고 유러엔 및 유러마르크 금리는 80년대 초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러 각각 6.5%,8.2% 내외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의 경기 호전에 따라 미국내 금리가 완만하나마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유럽과 일본의 금리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선진국 금리가 동일상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변수는 일본의 존재다.
IMF는 일본 경제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연 4%씩 고도성장을 지속,2000년께에는 세계 GNP의 19%를 차지할 전망이며 1인당 GNP는 3만달러를 육박,미국의 2만4천달러를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본이 이같은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90년대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경우 지금과 같이 미국 의도대로 국제금융시장이 움직이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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