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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내년 MD예산 대폭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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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기로 미사일 방어(MD) 예산을 애초 계획보다 크게 늘릴 전망이다. 일본 방위청은 이달 말 재무성에 제출할 내년도 방위예산 요구액 가운데 MD 관련 예산을 원래 계획보다 227억 엔(약 2000억 원) 늘려 요구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MD 관련 예산 요구액은 역대 최고인 2000억 엔 안팎이 될 전망이라고 방위청 관계자가 밝혔다. 올해 예산에는 방위청이 1501억 엔을 요구했다가 최종적으로 1399억 엔으로 확정됐다.

방위청의 MD 예산 증액 방침은 지난달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지상배치 미사일 요격장비인 패트리엇3(PAC3) 미사일 배치 대수를 애초 계획보다 늘리기로 긴급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 2004년부터 중장기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MD 도입을 진행해 왔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원래 예정보다 실전 배치를 앞당기고 장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방위청은 PAC3 추가와 함께 해상 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전자정찰기 EP3의 개조 비용과 무인정찰기 도입에 대비한 적외선 센서 연구개발 비용도 추가로 요구할 방침이다.

일본은 2004년부터 매년 1000억 엔 이상의 예산을 MD 체제 구축에 투입하고 있다. 이는 2003년 5월 미.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MD 체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해상 배치 스탠더드 미사일3(SM3)는 일본이 보유한 이지스함 네 척을 단계적으로 개조해 2010년까지 탑재를 마치기로 했다. SM3는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탄도 미사일을 상승 단계 또는 대기권 진입 후 요격할 수 있는 첨단 미사일이다. 육상 배치형인 PAC3는 본래 계획을 수개월 앞당겨 올해 말 사이타마현 이루마 기지에 처음 실전 배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4개 기지에 배치한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MD와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별.기능별로 역할을 나눠 맡는다는 구상이다. 올 5월에는 하와이 인근 해역에서 실시된 미국의 요격 실험에 일본 이지스함이 처음 참여했다.

일본의 내년도 방위 예산은 이달 말 방위청이 제출하는 예산요구액을 바탕으로 재무성과의 협의를 거쳐 연말에 최종 확정된다.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정부는 MD 구축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위대 인원과 재래식 장비는 감축하고 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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