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노래 고수'들은 무명 시절부터 여러 장르를 두루 섭렵하며 실력을 쌓는다. '사랑아 가지마'와 '흔적' 등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임정희(사진) 역시 노래 속에서 피나는 연습의 내공이 느껴진다. 록.R&B.솔.팝 등 다양한 장르를 거치며 자신을 연마한 것이다.
실력 있는 가수의 첫째 조건으로 라이브에서 성량 좋은 소리를 구사하고 장시간 노래해도 음색의 변화가 없어야 하는 점을 꼽는다. 임정희의 경우 대략 이 조건에 부합한다. 크고 풍부한 성량과 파워는 록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미 목소리가 트였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1990년대 여성 보컬계의 디바 머라이어 캐리와 200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보컬머신' 알리샤 키스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특히 가사에 악센트를 주는 방식이나 솔 감각, R&B의 '꺾기' 기술에서는 알리샤 키스의 영향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열혈 팬의 입장에서 볼 때 모방을 통한 임정희식 창조의 영역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은 비성에서 기술적으로 소리를 잘 눌러 소리의 입자를 응축시킨다는 점이다. 테크닉적으로 난도 높은 비성의 음색임에도 동시에 허스키가 섞여 애절한 호소력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마디로 성대만이 아니라 온몸을 사용해 노래하는 울림통 큰 '작은 거인'인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풍부한 감성으로 자신의 느낌에 몰입하다 보니 슬픔이 묻어나오는 감정 표현은 뛰어난 데 비해 종종 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 한국어 가사임에도 말이다. 임정희의 소리는 잘 뭉쳐져 있고 알차지만 선명한 소리가 아니다 보니 다소 답답하게 들린다. '느낌'에 대한 집착 때문에 '소리'의 명료함을 게을리한다면 그 손해는 클 수밖에 없다. 다음 앨범에선 좀 더 명료한 소리와 가사 전달력을 기대해 본다.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지 '핫뮤직'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