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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상고허가제」폐지해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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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민사소송 상고허가제」폐지여부에 대한 국회법사위원회의 폐지안에 대법원이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61년 민사소송법 시행이래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고사건 쇄도로 상고제한의 현안문제가 81년1월 소송촉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 상고 남용으로 인한 승소자의 권리실현 지연을 방지하고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량을 줄임으로써 법률심의 기능을 강화 한다는 것이 입법취지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결과 사법부는 한정된 인원과 기구로 민사상고사건들을 신속히 처리하고 중요한 사안들을 집중심의함으로써 사려있는 판결을 가능케 해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이 우선되기보다 단지 사법행정의 편의에서 운용되고 있는 소송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12조①항 상고허가제 규정의 불합리성을 보면 「상고허가 신청서가 제출된 경우에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할만한 중대한 법령위반이 있을 때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인 개념을 다분히 내포해 법령위반의 적용기준이 모호하다.
이 탓으로 법관의 독단적인 판결에 국민들의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마저 봉쇄당할 우려도 없지 않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첫째 상고허가제의 한계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원심판결인 항소심에 대해 동일한 사안이 법관의 가치관·상고관에 따라 상고허가 여부가 결정될 개연성도 있어 사실상 2심제도나 다를 바 없게 될 수 있으며 구태의연하게 운영될 수도 있다.
둘째 상고허가절차와 상고의 본안절차를 엄격히 구분함으로써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오히려 손상시킬 수 있는 역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셋째 절차상의 번거로움으로 상고제한 제도의 취지 자체가 몰각될 소지도 없지 않다.
넷째 상고허가 기각결정에는 원칙적으로. 기각이유 기재를 요하지 아니한다는 상고대법원의 일방적 결정문 통지로 대다수의 국민들은 억물함을 포기 당해야만 했다.
다섯째 헌법상 인정되고 있는 변호인 선임권기회를 자동적으로 박탈당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다양한 여론과 입장을 수렴, 폐지안을 대신해 이 제도의 보완책을 강구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 정책적으로 소송의 경제·신속에만 주력해 소송의 적정·공정을 소홀히 하던 전통적 경향에 대해 부동산·노사문제등 전문재판부를 설치,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 법관의 증원, 그 부대적인 인적·물적시설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다.
셋째 소구채권의 지연손해금에 대한 법정이윤의 현실화, 변호사보수의 산입제를 받아들여 상소제기에 큰 부담이 되게해 상소남용을 간접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넷째 사법·행정적 배려에 의한 촉진책으로 빈번한 법관인사 교류의 절제가 시급히 필요하다.
다섯째 법정운영의 촉진책으로 기간·기일의 해태가 재판에서 용납되어서는 아니되며 법이 정한바대로 일정한 실권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
여섯째 소송지휘권의 적절한 행사로 소송촉진책을 강구함과 아울러 화해에 적합한 사건이면 화해권유의 적극성을 보여 분쟁의 자주적 해결을 제고해야 한다. 일곱째 상고를 대법원에 일원화시킨 것이 우리나라 상고제도의 유일한 특색임을 감안, 현재의 전통적인 3심제도등을 재검토, 사안에 따라 2심만으로 재판을 마무리하는 방안도 연구해 봄직하다.
현재 대법원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는 방안, 예컨대 대법관외에 대법원판사를 따로 두어 가벼운 사안에 대한 심리를 담당하게하는 제도의 도입문제, 법원조직·법관인사 및 임면제도 개선등 사법행정 전반에 걸친 획기적인 검토작업에 찬성하면서 이번 국회 법사위원회의 상고허가제 폐지안 제출에 인권의 최첨단 보루라는 공기인 점을 충분히 인식해 수용할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만석 <서울동작구 상도1동 365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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