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가 더 안전” 노리에가 투항/미법정에 선 「파나마 최고실권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재판서 「부시콘트라」 폭로 예상
파나마의 군사독재자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장군이 3일 미국에 투항한 것은 미법정에 설 경우 최소한 목숨은 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가 미측의 마약거래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으면 형량이 최고 징역 1백45년,벌금 1백10만달러에 이를 수 있지만 사형까지는 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정부는 지난 10일간 노리에가를 보호중인 파나마주재 로마교황청대사관을 상대로 노리에가 인도를 위한 막후 외교교섭을 벌이는 과정에서 그에대한 공정한 재판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랍 24일 미국군대의 추격을 피해 교황청대사관으로 피신한 노리에가의 신병처리를 놓고 고심해온 바티칸측은 한동안 미국에 대한 인도를 공개적으로 거부해왔다. 그러나 바티칸측은 노리에가를 사형에 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백악관의 약속으로 당초의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그는 쿠바ㆍ스페인 등 제3국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희망했다. 국제법의 망명처리 및 바티칸의 허다한 전통적 관행,그리고 절대적 다수의 가톨릭국가인 중남미와의 관계등을 고려한 로마교황청으로서도 노리에가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나 바티칸의 행동에는 제약이 많았다. 우선 노리에가는 「정치적 난민」이라기 보다는 「범죄에 의한 난민」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런데다 그를 받아들이려는 제3국이 나타나지 않았다. 교황청대사는 결국 이같은 사실을 노리에가에게 밝히고 설사 그를 받아들이는 국가가 있더라도 파라과이에 망명한 후 암살당한 니카라과의 전독재자 소모사의 운명과 같은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리에가에게는 미군과 파나마시위군중에 포위된 교황청대사관에 무한정 체류하든가,아니면 파나마 또는 미국에 투항하는 두가지 선택밖에 남지 않게 된 것이다.
미백악관은 이번 「투항」은 노리에가의 「자의에 의한 결정」이며 결코 「흥정」등의 흑막은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침공으로 인한 파나마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복구ㆍ지원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파나마를 방문중인 로렌스 이글버거 미국무부장관이 「모종의 타협」을 벌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떻든 미국은 비록 미니전쟁이지만 노리에가를 상대로한 군사행동에서 일단 승리를 거둔 셈이다. 부시대통령은 파나마 침공에 내세웠던 네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만족을 표명했다.
그러나 노리에가재판은 부시와 미행정부를 곤경에 빠뜨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문제들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 의해 마약거래혐의로 기소되기전의 노리에가는 미중앙정보국(CIA)의 대 중남미 공작에 있어 중요한 협조자였고 심지어 부통령시절의 부시를 포함한미정ㆍ부통령들과 군부의 신임받는 파트너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지원대상이던 니카라과의 콘트라반군에 대해 노리에가가 협조하는 대신 미 CIA는 그의 마약거래 간여사실을 눈감아 주었다는 얘기도 있다.
노리에가 변호인단은 재판진행을 좌절시키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CIA 및 기타 미정부기관과의 관계를 노출시키는 정부자료를 다수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법무부ㆍCIA 등 5개 기관은 파나마침공에 앞서 관계자회의를 열고 이같은 가능성을 사전점검한 결과 그의 CIA관계는 재판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며,그의 마약거래혐의는 공소유지에 충분하다는 결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변호인단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문서의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이 많아 이를 거부할 경우 자동적으로 혐의사실이 기각될 수도 있다.
미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와 탐파법정에 각각 기소된 노리에가의 혐의는 주로 콜롬비아 마약조직인 메델린 카르텔간부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코카인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판매를 알선하는 등의 대가로 4백60만여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 등이다.
미국은 마약퇴치등을 위해 노리에가를 처벌하겠다는 입장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정당성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특히 그의 투항으로 인해 부시행정부의 체면과 인기가 다소 높아진 것으로 자평한다.
그렇지만 미국은 파나마 「침공」과 범인 인도과정에서 타국의 주권을 손상시키고,노리에가를 고사시키기 위한 경제제재조치로 파나마경제와 개인기업을 황폐속으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파생시켰다. 미국이 지난 연말 침공때 미군부대에서 탄생시킨 엔다라 신임파나마정권도 미의도와는 달리 반미감정이 고조된 남미제국의 인정을 받지 못함으로써 사산의 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워싱턴=한남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