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태광과 전면전 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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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지분 인수를 둘러싼 갈등이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지난달 말 홈쇼핑 방송 중단 사고와 관련해 태광 계열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T브로드를 상대로 조만간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그는 "이달 초 태광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14일 태광 쪽에서 '금전적 보상을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금액문제 등으로 합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T브로드는 전국에 18군데 유선방송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유선방송 사업자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T브로드 산하 지역 방송의 송출 중단으로 인천.경기도 수원.전북 전주 등 10개 지역에서 홈쇼핑 방송이 중단돼 생긴 판매 및 공신력 손실을 돈으로 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과 우리홈쇼핑의 대주주인 경방은 2일 경방 및 경방 쪽 우리홈쇼핑 지분 53.03%를 주당 11만원 총 4700여억원에 롯데가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하지만 역시 우리홈쇼핑 지분을 46%나 보유한 태광산업 측이 이에 반발했고 이 와중에 지난달 말 T브로드가 방송을 맡은 일부 지역에서 우리홈쇼핑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방송 중단에 대해 태광은 "기술적 사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우리홈쇼핑 경영권 확보를 추진해 온 태광을 제치고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전격 인수한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시했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우리홈쇼핑 관계자는 "소송 제기는 롯데쇼핑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소송 문제를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우리홈쇼핑의 손배소 방침에 대해 태광 측은 22일 "당시 방송 중단은 사고였고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가 '갑'이라 할 수 있는 유선 방송사를 상대로 소송은 하는 것은 우리홈쇼핑이 태광산업과 본격적으로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볼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우리홈쇼핑과 롯데쇼핑은 그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소송 문제를 물밑에서 논의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잖다.

업계에서는 소송제기를 계기로 롯데쇼핑이나 우리홈쇼핑이 태광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유선방송망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반대하는 CJ.GS 등 기존 홈쇼핑 업계와의 갈등도 깊어질 조짐이다. CJ.GS.현대.농수산 4개 홈쇼핑 업체는 최근 '롯데의 홈쇼핑 진출을 막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방송위원회에 냈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지닌 롯데가 TV홈쇼핑 까지 확보하면 기존 업계를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홈쇼핑과 태광의 법정 분쟁에다 ▶홈쇼핑 업체의 반발▶2004년 재승인을 받으면서 향후 3년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우리홈쇼핑의 2004년 각서 등 문제까지 가세해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는 산넘어 산이란 지적이다. 롯데는 우리홈쇼핑 최대 주주의 자리에 올랐지만 우리홈쇼핑 측은 방송위에 '최다주식 소유자 변경 승인'신청조차 내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홈쇼핑을 실사 중이며 우리홈쇼핑 측과 최다주식소유자 변경승인 제출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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