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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실세도 공공연히 청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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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경품용 상품권 협의회' 전체 회의가 회원사 간의 이견으로 모임 직전에 취소됐다. 협의회 소속 일부 회원사는 이날 19개 회원사와 검찰 수사를 스스로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을 예정이었다. 협의회는 이른 시일 내에 전체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안성식 기자

최병호 회장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을 앞둔 지난해 8월을 전후해 여권 실세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특정 업체가 선정되도록 문화관광부 등을 상대로 실제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협의회'의 최병호 회장(42.해피머니아이엔씨 대표.사진)은 22일 "지난해 상품권 발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여권 실세 정치인이 나서서 정부를 상대로 공공연하게 청탁한 일이 있었다"며 "다만 이 실세 정치인이 로비한 업체가 탈락해 그 이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탈락 업체들이 청와대나 검찰에 투서를 넣을 정도로 선정 과정이 과열됐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로 인해 자신도 지난해 말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치인 로비 외에 일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조작된 영업 실적을 제출해 발행권을 따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도박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의 김양수 의원은 22일 "㈜삼미.㈜코윈솔루션.㈜동원리소스 등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세 곳이 발행권을 얻기 위해 가맹점 거래 내역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이들 업체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제출한 심의신청서를 공개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지난해 7월부터 발행업체 지정권을 행사하면서 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희망하는 업체는 우선 문화.관광용 상품권 가맹점 100곳과 거래한 실적을 제출해야 한다는 요건(운영규정 제4조)을 마련했다.

㈜삼미와 ㈜코윈솔루션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올 2월 9일과 지난해 12월 29일에 각각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탈락 8일 만인 2월 17일과 1월 6일 각각 재심사를 요구했고, 재심사 신청서에는 두 회사가 발행한 문화.관광용 상품권의 가맹점 거래 실적이 100건씩 첨부돼 있었다.

하지만 김양수 의원은 "두 업체가 제시한 가맹점 실적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삼미가 제출한 기록에는 가맹점의 계약일이 모두 2005년 11월 중순으로, 업태가 모두 서점인 데다 지역도 서울로 제한돼 있다. 특히 지역별로 사용된 상품권의 매수가 엇비슷해 서울 강북구 가맹 서점 세 곳과는 30장씩(상환액 14만2500원)을, 은평구의 가맹 서점 세 곳과는 31장(상환액 14만7500원)씩을 거래했다고 돼 있다. ㈜삼미는 이 기록을 제시한 뒤 3월 2일 실사를 받아 같은 달 15일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이 회사의 주주 세 명이 3월 1일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와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져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코윈솔루션이 제시한 실적도 가맹점이 모두 수도권 서점들로, 거래 대부분은 10장(상환액 약 5만원)에 불과하다. 첫 심사에서 탈락하진 않았지만, ㈜동원리소스가 제출한 기록도 의혹을 사고 있다. 가맹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100건 모두가 상품권 10장씩 거래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 측은 "상품권은 일정 매수씩 묶어서 회수하는 것이고 지역 편중은 가맹점 선별을 그렇게 했을 뿐"이라며 정상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22일 당 진상조사 특위의 한국게임산업개발원 현장조사에서 "허위 자료 제출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우종식 원장은 "정황상 허위는 아니지만,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작업을 한 냄새는 난다"고 답변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올해 5월 23일에야 ▶가맹점당 상환액이 월 50만원을 초과할 것 ▶상환 실적 6개월 이상 가맹점만 제시할 것 ▶가맹점이 5개 이상 광역지자체에 있을 것 등의 요건을 추가해 규정을 강화했다.

이원호.남궁욱 기자<llhll@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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