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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스텝 한번 맞춰볼까?

중앙일보

입력

"하나 찍고 둘 찍고…어깨걸이하고…뒤로 돌려서…펼치고…."

17일 오후 7시 금곡1동 동사무소 3층 주민자치센터. 경쾌한 춤곡이 흐르면 남녀가 서로 안는듯 떨어지고, 어깨로 상대를 감싸는 듯 풀고…. 춤 동작이 유연하다. 나비 넥타이를 맨 신사와 날렵한 댄스복의 숙녀들. 자세히 보니 주인공들은 중년을 훌쩍 넘긴 연배다. 그 나이에 춤바람이 난 것일까. 맞다. 그러나 이들은 부부가 함께 '춤바람'이 났다.

결성 4년째인 금곡1동 부부댄스동아리 '아름다운 삶의 모임'. 60,70대 부부들로 구성됐지만 춤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저 양반은 어린 손녀 손을 잡고 가끔 스텝 연습을 해요." 임선희(62)씨가 '몸치'였던 남편 원도희(67)에 대해 귀띔했다. 임 씨는 "처음엔 리드해야 하는 남편의 춤 솜씨가 형편없어 여러번 핀잔도 줬지만 그 나이에 저만큼 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원 씨를 감쌌다.

이 댄스동아리는 부부 8쌍으로 이뤄졌다. 춤 경력은 최고 7년부터 이제 갓 2년된 '애송이' 부부도 있다.

춤 입문 최고참 부부는 김동화(72).한춘자(65)씨. 7년 전 돈 안들이고 함께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찾다 댄스스포츠를 선택했다. 여러 문화센터의 노래교실도 기웃거렸으나 여성들만 많고 남자가 드물어 부부가 함께 가기 힘들었다. 그러다 눈에 띈 게 춤. 흥겨운 건 말할 것 없고 운동 효과도 컸다. 그 후 김 씨 부부는 한번도 손을 놓지 않고 함께 춤추고 있다. "같이 시작했다 중간에 그만 둔 부부들이 많아요. 육체적으로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부부가 서로 격려해 가며 춰야 포기 안하죠." 한 씨는 "춤은 부부가 일심동체임을 가장 많이 느끼게 하는 '운동' "이라고 평했다.

부부댄스동아리는 제1회 성남국제무용제 일환으로 열리는 댄스스포츠경연대회에 다음달 초 참가한다. 일찌감치 참가 신청을 해 놓고 맹연습 중이다. 차차차와 자이브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동아리 회장 정순경(62. 한국농업전문대 화훼학과 교수)씨는 "부부 회원들이 2~3년 씩 호흡을 맞춰 온 터라 입상은 자신있다"고 말했다. 부부댄스동아리는 일년에 네댓번씩 춤솜씨를 외부에 선보인다. 분당의 서울대병원 및 차병원 자선바자.환자위문잔치에 여러번 참가했다. 지난 6,7월에 열린 성남시장기 생활체조 경연대회, 경기도 주민자치센터박람회 등에 출전해 각각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이 춤을 추는 건 결코 상(賞) 때문은 아니다. 동아리 이름처럼 '아름다운 삶'을 위해서다. "신나고 재미있다.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건강에 좋다. 무엇보다 부부애가 깊어진다." 회원들이 열거한 댄스스포츠의 장점들.

동갑내기인 김윤종(50.용인대 컴퓨터정보학부 교수).김정수 씨 부부는 이들 중 가장 젊다. 항상 활짝 웃는 모습이다. 주위에서 그들의 남다른 금실을 부러워 한다. 고참 부부들은 이들을 "닭살 부부"라고 부른다. 남편은 그래도 싱글벙글이다. 부인과 1주일 한번씩 손을 잡고 춤추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다. 두 사람이 '손을 잡게'된 것은 몇해 전 천주교의 부부일치운동인 'ME(Marriage Encounter)주말' 행사 참가에서 비롯됐다. 이때부터 부부는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찾기 시작했다. 골프.수영도 해봤지만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다. 손을 마주 잡고 추는 춤만큼 부부를 가깝게 하는 것이 없었다.

안인창(65)씨는 댄스지도사자격증까지 있는 회원이다. 부인 조정강(63)씨는 이런 남편의 간곡한 권유로 늦게 춤판에 끼어들었지만 지금 대만족이다. 남편의 춤 솜씨를 못 쫓아 가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설립 당시부터 줄곧 댄스 지도를 맡고 있는 이순재(여.39)씨는 "나이는 많이들 드셨지만 집에서 연습하는 등 열성적 노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하는 내 당신, 둘도 셋도 없는 당신, 당신 없는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트롯풍 노래 '당신의 의미'가 흐르면서 동아리 부부들의 능란한 지르박 춤이 이어졌다.

◇제1회 성남국제무용제 '댄스스포츠경연대회'=성남지역 모든 댄스동아리를 대상으로 9월 5일(화) 오후 5시 분당 중앙공원 야외음악당에서 열린다. 룸바.왈츠.탱고.비엔나왈츠 등 모든 종목 가능. 2명 이상 참가해 3~6분간 경연을 펼친다. 신청은 26일까지 성남아트센터 홈페이지(www.snart.or.kr). 문의 031-783-8227. 이날 댄스스포츠문화예술재단이 창작댄스스포츠 '카이로스 카이로스…' 특별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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