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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스토리] 재계 총수들 어떤 인재 원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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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04년 5월 몽골 바가누르에서 조양호 회장(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신입사원들과 식수(植樹) 후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2004년 신입사원들을 이끌고 몽골 사막으로 갔다. 나무를 심기 위해서였다. 아시아 사막화를 막는 데 일조하기 위한 이른바 ‘대한항공 숲’을 조성한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신입사원들을 그 먼 곳까지 데려간 것은 조 회장의 숨은 뜻이 있어서였다. 새내기 직원들에게 ‘국경을 초월한 봉사정신’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당시 조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여러분은 지금 나무를 심고 있지만 저는 미래 항공산업을 이끌어 갈 여러분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며 “전 세계인을 상대로 서비스해야 하는 우리의 임무도 가슴깊이 심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너인 그룹 총수에게 신입사원은 어떤 존재일까? 직급으로 보면 총수는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고 신입사원은 가장 낮은 사람이다. 어쩌면 직장 생활 내내 총수 얼굴을 한 번도 못 본 채 회사를 떠나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만큼 멀다는 얘기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총수라면 처음부터 전문경영인으로 키울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서 총수가 신입사원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총수에게 신입사원은 예비 경영자

그룹 1인자와 말단.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둘의 관계는 불과 20년도 안 돼 가장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 총수 자신이 아니라면 그 2세라도 말이다. 신입사원 가운데 전문경영인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밖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 총수는 적어도 20년 전 인재를 보는 안목이 없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총수에게 신입사원은 예비 전문경영인이다.

그러면 총수들은 어떤 신입사원을 원할까? 정말 차세대 전문경영인으로 성장할 ‘될성부른’ 신입사원을 뽑는 남다른 식견이 있는 것일까?

그룹마다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재상을 밝히고는 있지만 대부분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또 그룹 차원의 인재상이 정말로 총수가 생각하는 인재의 모습과 일치하는지도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인재경영’을 주창하는 총수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건희 삼성 회장은 기존 직원뿐 아니라 신입사원들에 대한 애착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입사원 연수기간 중 하루 두 차례씩 회장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 봐도 관심도를 엿볼 수 있다.

삼성인력개발원의 최고 직책이 부원장인 것도 총수인 이 회장이 원장을 맡고 있음을 말해준다. 신입사원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선친인 고(故) 이병철 회장 때부터 그랬다. 이 회장은 생전 자택 거실에 신입사원 교육 스케줄을 걸어놓고 수시로 검토했을 정도라는 게 당시 비서실에 근무한 인사의 얘기다.

이 회장은 이들을 채용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을까? ‘한 명의 인재가 1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그의 ‘천재론’에 비추어 보면 어지간한 인재에 만족할 것 같지는 않다. 천재를 찾으려면 가급적 많은 후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천재를 뽑을 확률을 높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일찍부터 지원 대상자의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우선 서류전형에서는 학력, 성별 등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또 학력이나 성적과는 이렇다할 관계가 없는 ‘SSAT’라 불리는 적성 평가 시스템을 통해 지원자를 ‘같은 출발선상’에서 평가하도록 했다.

10여 년 전 여성 채용 비중을 불시에 점검해 기대에 못 미치자 인사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호통친 일도 있다. 이처럼 누구나 삼성의 취업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한 결과 취업 준비생치고 삼성에 원서 한 번 안 내본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매년 놀라운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CEO를 보면 인재상 알 수 있다?

이 회장이 주창하는 천재론의 핵심은 다름 아닌 ‘창의성’이다. 남과 다른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새로운 분야를 주도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아끼는 현재의 전문경영인들을 보면 그렇다.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는 이기태 사장이나 ‘황의 법칙’을 만들어낸 황창규 사장 모두 그런 인재들이다. 사석에서 이기태 사장이 이 회장에게 “휴대전화에 노래방 기기를 넣겠다”고 하자 이 회장이 “당신 때문에 이제 노래방 업자들 다 굶어 죽게 생겼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도 신입사원들에게 관심이 많다. 신세계의 한 과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대학 4학년 때 공채 입사 시험을 보는데 마지막 면접에서 예닐곱 명의 면접관들 사이에 중년 여성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여성 임원쯤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입사해 알고 보니 이명희 회장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면접 때마다 참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 그런 돌발 참관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 노출이 그다지 많지 않은 이 회장이지만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데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몽구 회장이 하계수련회에 참석, 강연 후 신입사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람을 뽑을 때 특히 ‘순발력’을 본다고 한다. 어떤 화제를 던졌을 때 즉각적으로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를 체크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임기응변에 강한지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 평소 얼마나 준비된 사고를 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특히 여성 인력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자신이 여성이기도 하지만 백화점 등 유통업 자체가 여성 인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평소에도 임원들에게 “여성 고객을 위한 제품 개발부터 고객 관리까지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결국 여성을 잘 아는 여성 인력들에서 나온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여성 인력이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그에 걸맞은 임무를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삼구 회장 “여러분은 복덩이”

신입사원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기로 잘 알려진 총수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신입사원들과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얘기하는 자리를 자청한다. 올 초에도 용인에 있는 그룹 인력개발원을 방문해 연수 중인 신입사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신입사원들을 향해 “나는 덕장(德將)이 될 테니 여러분은 용졸(勇卒)이 되어달라”며 “지금은 용졸이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용장(勇將)들이 될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또 대화 시간 내내 신입사원을 가리켜 ‘복덩이’라고 불렀다.

앞으로 회사를 더욱 키워줄 인재들이라는 의미다. 다음날 신입사원들과 예정된 산행을 하려는데 비가 쏟아지자 임원들이 일정을 취소하자고 말렸다. 그러자 박 회장은 “이렇게 회장과 신입사원이 함께 산행하는 시간을 어렵게 가졌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산행을 강행했다.

조별로 회장과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는데 애초에는 박 회장이 신입사원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사진을 찍겠다고 해 실무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박 회장은 신입사원에게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되어줄 것을 주문한다. 또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용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사장 시절부터 여직원들을 아끼는 CEO로 유명했다. 심지어 그는 “우리 회사가 여초(女超)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우수한 여성 직원 채용에 앞장섰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야 국가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카리스마를 가진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어떤 신입사원을 좋아할까? 정 회장은 신입사원 하계수련회 때마다 연수원을 방문해 강연을 하고 새내기 직원들과 악수하며 격려한다. 2001년 자동차 전문그룹 출범 후 한 해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정 회장의 인재상은 한마디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자신처럼 뚝심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하지만 개인보다는 조직의 일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 측근들의 얘기다. 따라서 조직이 가고자 하는 기본 방향을 거스르거나 다른 방향으로 튀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다.

정 회장은 “기업경쟁력은 무엇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며 “치열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인 21세기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해 왔다. 특강에서 정 회장은 “전문능력 배양과 상호 간 협조, 도전과 개척의 벤처정신, 자부심과 사명감, 차세대 자동차 산업의 주역 역할 등이 현대·기아차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의 눈부신 성장에도 선진업체와의 기술 격차, 아직은 약한 브랜드 이미지 등 분발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차세대 자동차산업 주역으로 이를 극복해 세계 초일류 자동차회사를 만드는 주역이 될 인재를 원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이른바 ‘천재론’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총수다. 최 회장은 올 4월 신입사원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사람의 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상위 20%의 인재를 쫓아 나머지 구성원들이 움직인다는 이른바 ‘20 대 80’ 이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능력의 천재’보다는 ‘인생의 천재’가 진정한 인재라는 것이 그의 인재론이다.

타고난 천재냐, 노력하는 인재냐

이런 인재론은 SK그룹이 주창하는 ‘행복경영’과 무관하지 않다. 직원과 고객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인재이고 리더라는 얘기다. 천재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리더십을 키우며 노력하는 인재가 바로 천재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해 용인 금호아시아나인재개발원에서 신입사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후 파이팅을 외치는 박삼구 회장(가운데).

주부에서 총수로 변신해 활발한 경영을 펼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어떤 신입사원을 선호할까? 최근 현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모식에 맞춰 신입사원들과 금강산 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현 회장은 평소 “창조적 정신과 강한 추진력을 지닌 인재를 좋아한다”고 밝혀 왔다.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이를 현실에 잘 적용시켜 나가는 뛰어난 인재를 원한다고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도덕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바른 방법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사회·국가의 발전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훌륭한 기업시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등 LG’를 만들자고 주창하는 구본무 LG 회장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CEO들이 직접 매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구 회장은 단순한 개인능력보다는 종합적인 업무실천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단지 우수한 사람보다는 사업과 전략에 꼭 들어맞는 사람이 핵심인재”라는 것. 이런 인재관은 실제 각 계열사 채용단계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실행력이 강하면서 전문역량을 갖춘 ‘올바른 사람(Right People)’을 우수 인재로 평가한다.

지난 6월 롯데 오산 연수원에는 350여 명의 입사 1년차 사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입사한 롯데그룹 공채 60기 동기생들로 이번에 새로 실시하게 된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자 모인 것이다.

롯데 관련 상식을 테스트해 보는 도전 골든벨, 협력과 우의를 다지는 도미노게임, 선택강의 수강, 조별 퍼포먼스, 카드섹션 등을 통해 2박3일 동안 입사 1년을 돌아보며 비전을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신입사원 ‘리프레시 교육’이다.

신동빈 부회장의 지시로 입사 1년차 사원들을 대상으로 핵심인재 유지양성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늘 신입사원 같은 초심으로 반성하라는 취지다. 지난 7월 처음 시행된 이래로 그룹 공채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정형화된 직능교육보다는 조직활성화 교육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신 부회장은 지난 6월 공채로 모집한 주부사원을 현장에 투입하라고 했다. 경력 3년 이상인 30여 명의 주부 전문 인력을 뽑아 본인의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상품MD, 고객상담, 영업관리 등의 업무에 배치했다. 여성인력 활용 방안의 하나다.

자수성가로 조그만 출판사를 매출 2조원대 그룹으로 키운 윤석금 웅진 회장도 직원을 뽑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자랑한다. 그는 정시에 출근해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이런 직원은 남들과 다르게 사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창의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점은 이건희 회장과 같다.

■ ■ ■ ■ 삼성 들어가기 ■ ■ ■ ■

너무 튀어도, 모자라도 안 돼

지난해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모(27)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기껏 털어놓는 입사 비결이다.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지난번 수시공채 때 입사지원서를 써서 냈고, 몇 차례 면접을 거쳐 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김씨가 지원서에 쓴 내용이나 면접 때 말한 얘기도 그 전에 응시했던 다른 대기업들의 입사 시험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도 유독 삼성에만 합격했다. 함께 삼성전자에 들어온 동기들에게 물어봤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이 왜 합격했는지 모른다고 할 뿐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삼성전자에 합격하는 것일까? 합격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특별한 비결은 없는 것일까.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를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인가?

삼성맨 눈엔 삼성맨이 보인다

삼성은 조직관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조직관리란 결국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은 사람을 잘 관리하는 기업인 셈이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신입사원 입사면접에도 여러 차례 면접관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는 한 임원은 이런 얘기를 한다.

“면접실로 걸어 들어오는 폼만 봐도 한눈에 삼성전자에서 오래 근무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삼성맨은 삼성맨을 알아본다는 얘기다. 하기야 삼성 관계사들에 오래 출입한 기자들이나 삼성 쪽과 거래가 잦은 업체 사람들도 “옷차림과 말투만 봐도 각 기업의 직원들이 모여있는 데서 삼성맨을 골라낼 수 있다”고 할 정도니 정작 삼성맨들이야 오죽 잘 알아보겠는가?

면접관 중에는 응시자의 말투, 몸짓, 태도, 옷차림, 표정 등 면접 때 일거수일투족을 훑어보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응시자의 말과 말 사이(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작 응시자는 긴장한 상태에서 면접에 열중하느라 그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절대로 튀지 마라

삼성에 입사하려는 사람은 자신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부터 최종 면접을 볼 때까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삼성이라는 조직이다. 내가 얼마나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인물인지를 설득력 있게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 계열사 인사팀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지원자는 너무 튀어서도 안 되고, 너무 모자라서도 안 된다”고 조언한다. 너무 튀는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고, 너무 모자라는 사람을 끌고 갈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임원은 이런 얘기를 한다. “우리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천재는 필요 없다. 조직 적응력이 뛰어난 인재를 뽑아 천재로 키울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답은 함정, 문제 푸는 태도가 중요

토론 면접 때 달변으로 회의를 주도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토론 면접 진행을 맡았던 한 과장은 “말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소극적인 것도 문제지만,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진지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기본적으로 조직(전체) 의견에 귀 기울이는 인내심이 있는지도 평가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직무적성검사(SSAT)에서도 이런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능시험을 보듯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데 주목한 나머지 문제를 푸는 침착함·꼼꼼함·인내심 등의 평가에서 나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답을 맞히는 것보다는 결과에 나타난 문제를 푸는 과정과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수리력을 테스트하는 영역에서 깨알 같은 숫자들을 계속 더하기만 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고민해 보라.

이임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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