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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인기 높았던 한국상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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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인이 몰려오고 있다.」80년대 중반 걸핏하면 외국잡지 표지에 나오던 제목이다. 자동차·전자·옷·신발·완구 등을 한아름 안고 활짝 웃는 모습의 삽화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신발은 미국시장의 절반을 석권할 정도로 무진장 실어냈다. 통상마찰이란 말이 낯설지 않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삼저 효과가 사라지는 89년부터 만들면 팔려나가던 수출 상품에 제동이 걸렸다.
원임 절상·임금인상·노사분규로 수출단가가 인상된데다 품질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 팔린다고 기술개발을 등한시한 결과다. 80년대 해외시장을 석권했던 우리 나라 히트상품을 되돌아본다.
◇자동차=현대 자동차가 개발한 엑셀 승용차는 달리는 외교관으로 미국에서 한국인의 긍지를 한껏 드높였다.
엑셀은 미국 상륙 첫해인 86년 16만8천8백82대를 판매함으로써 58년 프랑스 르노가 세운 수입차 첫 1년간 최대 판매기록(4만8천1백48대)을 크게 앞질렀다.
미국의 저명한 시사주간지 포천지는 86년12월8일 엑셀 자동차를 미역사상 가장 잘 팔리는 10대 상품의 하나(86년)로 선정했다.
엑셀은 단일 차종으로는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말리는 차라는 영광을 안았다. 올해까지 4년간 1백만대 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노사분규로 홍역을 겪은데다 새 모델 개발에 늑장을 부려 지난 5월부터는 수출이 거의 중단됐다. 신형 엑셀을 개발했으나 미국 시장에 쌓여 있는 구 모델 때문에 판매압박을 받아왔다.
◇컴퓨터=대우통신이 85년6월 미국의 컴퓨터 유통 전문회사 리딩에지와 제휴,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 대량 수출의 길을 텄다.
당시 IBM사의 16비트 개인용 컴퓨터가 대당 2천5백 달러 수준이었는데 비슷한 성능의 대우제품은 1천5백 달러였다.
미국 유통회사와 손잡는 작전도 제대로 맞아떨어져 대우의 개인용 컴퓨터는 미국 시장에서 크게 히트했다.
뉴욕타임스나 컨슈머 리포트(상품 정보 전문지) 지는 대우 제품을「IBM호환 기종 중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격찬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런 붐에 힘입어 대우의 개인용 컴퓨터는 미국시장에서 수출개시 1년만에 시장 점유율 7%(16비트 개인용 컴퓨터)를 기록하며 3년반 만인 88년12월 50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대우의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미 최대 컴퓨터 유통 조직인 컴퓨터 랜드는 삼보와 불루칩사는 현대와 각각 손을 잡는 등 한미간에 제휴 붐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리의 수출은 70%가 OEM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이다. 언제 바이어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지 모른다. 고유 모델과 기술개발을 하지 않으면 곧 태국 등 후발 개도국에 추격 당하게 된다.
◇반도체=첨단기술 중 그래도 선진국과 가장 근접한 분야가 바로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83년 64KD램을 개발한데 이어 86년에는 1MD램까지 개발, 작년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미·일등과의 기술격차는 불과 6개월로 미·일이 깜짝 놀라 기술이전을 전혀 않고 바짝 경계할 정도다.
4MD램은 지난11월부터 월10만개씩 양산을 시작했고 16MD램도 최근 용인에 새로 지은 ULSI(극초 집적 회로)연구소에서 개발중이다.
반도체 수출은 83년 5천2백만 달러에서 올해는 10월 말 현재 32억4천6백만 달러를 수출했다.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5%나 된다.
이처럼 빛나는, 성과를 올린 반도체도 개발초기에는 엄청나게 고전을 했다.
엄청난 장치산업인 반도체는 누가 얼마나 버티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 2∼3년이면 기존제품의 수명이 끝나버린다.
올해 삼성·현대 등 반도체 메이커의 투자는 무려 1조3천5백억원이나 된다. 주변산업의 낙후, 선진국의 견제를 딛고 일어서려면 이같은 투자가 계속되어야 한다.
◇VTR=삼성전자가 81년 개발했으나 일본이 기술이전을 기피, 상표 사용권(VHS)등을 주지않아 85년부터 겨우 수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값싸고 성능이 좋은 중저급 품으로 미국·유럽에서 각광을 받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85년 2억 달러 수출이 지난해는 13억 달러로 늘어났다.
작년 미국시장 점유율 37·3%,세계시장 점유율이 18·8%나 될 정도다. 그러나 덤핑 판정까지 받아 유럽에서 수출에 고전하고 있다.
▲전자레인지=값이 싸고 성능이 좋아 유럽시장 개척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컨슈머 리포트지나 영국의 위치지 등으로부터 최고의 우수제품이란 평판도 받았다.
국산품의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이 37·5%, 미국시장 점유율 40·9%, 유럽시장 점유율 45·5%로 말 그대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81년 2천3백만 달러의 수출이 올해 7억6백만 달러로 급 신장했다. 그러나 전자레인지 역시 원화 절상·덤핑 판정 등으로 올 들어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이석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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