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장충동 영상물등급위원회 사무실 복도가 인허가 심사를 기다리는 게임기들로 채워져 있다. 김태성 기자
-협박이 어느정도 였나.
"2003년 중반께였다. 게임업자의 하수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위원장실에 찾아왔다. 티셔츠 차림으로 손에 병을 들고 있었다, 물병이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니 시너가 들어 있었다. 몇 마디 횡설수설하더니 자기 배를 흉기로 상처내고, 사무실에 시너를 뿌려댔다. 왜 자기 회사 게임을 통과시켜 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영등위 직원들이 바로 제지하고,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젊은이의 앞날을 위해 잘 설득했다."
-또다른 경험은.
"전국의 게임업자 20여 명이 상복(喪服)을 입고 찾아온 적도 있다. 영등위가 게임등급을 부여하지 않아 '게임업계가 죽게 됐다'며 시위를 벌였다. 워낙 게임 수가 많고, 항의를 빌미로 협박해온 업자들도 수십 명이 넘어 문제가 됐던 게임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다. 일주일에 두 번 게임심의 소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면 영등위가 비상상태가 됐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게임심의 사무실을 찾아와 폭언을 하거나 자기들이 만든 게임기를 부수는 건 다반사였다."
-로비나 청탁은 없었나.
"심의위원들은 원칙.규정을 지키며 공정한 심사를 했다. 재임기간 중 외부로부터 로비.청탁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박정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