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확신을 품고 몸을 던진 조치훈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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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16강전
[제4보(51~63)]
白.趙治勳 9단 | 黑.元晟溱 5단

낯선 길은 두렵다.어디서 복병이 불쑥 나타날지 모른다. 그러나 조치훈9단은 백△로 하나 끊더니 곧바로 52로 기어나온다. 순간 元5단은 53으로 두점의 명맥을 끊어버렸다.

백이 53쪽을 돌파하는 것과 53으로 잡히는 것의 차이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러나 조치훈은 눈을 질끈 감고 두점을 버리더니 54로 늘어 본격적으로 수를 내기 시작한다.

"무슨 수가 날지 모르지만 엄청난 출혈"이라고 검토실의 프로들은 말한다. 아마도 이창호9단이라면 생전 이런 바둑을 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56의 묘수에 확신을 품고 무서운 변화 속으로 몸을 던져버렸다.

하지만 이번엔 수읽기가 완벽하지 못했다. 다행히 元5단이 정확한 응징수단을 놓치는 바람에 통하기는 했지만 하마터면 바둑이 여기서 끝날 뻔했다.

흑59. 이 수로 '참고도'흑1로 바로 씌웠다면 백은 진퇴양난이었다. 흑7에서 백은 A로 찌르지 않을 수 없지만(이곳을 선수로 단수당하면 백은 완전히 망한 모습이 된다)그러나 그곳을 찌르면 흑에게 B를 당한다. 흑▲ 넉점을 잡기 위해 무수한 희생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흑▲를 잡지 않으면 흑C가 남는다. 아무튼 흑은 백을 실컷 괴롭히다가 적당한 시점에 D로 따내면 된다. 승부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元5단은 61로 두점을 따낸 다음 흑 넉점을 시원하게 버렸다. 그 이유는 하나, 63으로 하변 대마를 잡으면 바둑이 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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