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리에가 자산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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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바티칸시티 워싱턴AP·로이터=연합】미국이 26일 파나마의 노리에가 장군을 마약밀매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 받도록 인도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바티칸 교황청 측은 이를 거부, 노리에가의 제3국행을 고려하고 있어 노리에가 문제가 미국과 교황청간에 미묘한 외교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노리에가 장군이 해외에 도피시킨 수백만 달러 상당의 마약밀매 관련자금을 전면 동결시킬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를 위해 유럽을 포함한 관련국들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멜레이디 바티칸시티 주재 미국대사는 26일 노리에가 사건을 둘러싼 외교적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교황청을 방문, 교황청 국무장관인 아고스티노 카사롤리 추기경을 만나 노리에가 장군이 미국에 인도되어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미국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바티칸시티의 외교소식통들이 밝혔다.
노리에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날 바티칸시티에서 미국과 교황청간에 외교적 접촉이 진행된 것과 아울러 파나마에서도 맥스웰 서먼 미 남부군 사령관이 파나마시티 주재 교황청대사인 세바스천 라보아 신부를 대사관 건물 밖 노상에서 세차례 만나 노리에가의 장래문제를 협의했다.
미국과 교황청간의 외교협상에 정통한 로마의 한 외교소식통은 교황청이 노리에가를 미 당국에 넘겨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며 그보다는 제3국으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으며 외교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교황청의 한 고위 관계자도 노리에가를 미국의 마나마 침공군에게 넘겨주도록 허용하는 『어떤 규정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노리에가의 제3국행이 보다 가능성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마나마시티 주재 교황청 대사관과 노리에가 장군사이에 타결책이 마련될 공산이 크며 이 경우, 노리에가는 자신이 미국측에 넘겨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받는 대신 교황청측은 그에게 현 파나마분쟁에서 손을 떼고 파나마의 평화실현에 협력할 것을 요구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 법무부의 데이비드 런켈 대변인은 노리에가가 마약밀매에 개입해 축적한 자산을 동결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고 노리에가는 현재 유럽 5∼6개국의 은행구좌에 「1천만달러가 넘는」 유동자산을 도피시켜 놓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들 나라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노리에가가 정치적 망명지로 택할 나라로는 현재 스페인과 쿠바 및 도미니카 공화국 등이 거명되고 있으나 스페인 정부는 노리에가에 대한 정치적 망명허용을 공식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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