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밑에 '제3의 돈줄'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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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시내에 있는 성인용 오락실에서 한 남성이 '바다이야기'게임을 하고 있다. 이 게임은 문어.조개 등 바다 생물을 본뜬 문양이 회전하다가 일정한 배열을 이루면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정현 기자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에이원비즈 본사 건물. '바다이야기'의 프로그램 제조업체인 이 회사는 6층을 세를 내 사용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성인용 오락 '바다이야기' 프로그램 제조업체인 '에이원비즈'의 창업에는 차용관(35.구속) 대표 등 현재 경영진 외에 또 다른 인물들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역 벤처업계 등에 따르면 이들이 차씨를 이른바 '대리사장'으로 내세우고, 영업이익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이 7월 말 차씨와 유통업체인 지코프라임 대표 최준원(34)씨 등 관계자들을 구속할 때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점을 파악했다. 2004년 이후 에이원비즈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배당은 올 2월 단 한차례만 했고, 지코프라임은 배당도 하지 않은 사실을 검찰이 확인한 것도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에이원비즈 창업자는 차씨와 최씨, 지코프라임이 인수한 우전시스텍의 송종석(47) 이사 등이다. 차씨와 최씨는 대전 지역의 벤처기업 G사에서 1998~2001년 각각 공장장과 영업부장으로 근무했다. 낚시게임 프로그램 등을 만든 이 회사는 영업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2002년께 문을 닫았다. 이들 가운데 차씨는 서울지역 공고를 나왔고, 최씨는 모 대학 법대를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G사에서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딜러였다. 이에 앞서 차씨는 2003년 대전에서 게임기 제조회사인 '에이믹스'를 설립,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2004년 1월 에이원비즈를 창업했다. 차씨와 최씨는 주로 기술개발과 대외 협력업무를 담당하고 송씨는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김모씨는 "차씨와 최씨는 부인끼리 친해 더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젊은이들이 새로운 게임 프로그램 업체를 차렸다고 해서 다소 놀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락기계 업계에서는 창업을 주도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락기계 제조.판매회사를 운영 중인 서모씨는 "충남 계룡시를 근거지로 건설업을 하던 정모씨와 오락기 대리점을 하던 홍모(52)씨, 익명의 개인사업가 한 명 등 3명이 에이원비즈의 창업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씨와 친분이 있던 홍씨가 '오락기계 사업을 해 보자'고 권유해 사업이 시작됐다"며 "정씨 등 나머지 2명은 자금을 지원하고 홍씨는 개발인력.투자자 유치와 거래처 확보를 주도했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서울 세운상가와 청계천 등에서 20여 년간 오락기 판매 대리점을 운영해 왔으며 비교적 인맥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도 "오락기계 판매.제조업체들은 영업상의 기밀이나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 등의 영향 때문에 물주가 대리사장을 두고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정씨와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관련업계 경험자나 개발 전문인력을 물색하던 중 차씨 등을 만났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공에는 바다이야기란 프로그램이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끈 게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파격적인 영업전략도 주효했다. 오락기계를 팔 때 전액 현찰 거래하던 기존 업체와 달리 판매가의 절반만 현찰로 받고 나머지는 외상이나 할부 등으로 해줘 거래처인 오락실 업주들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 때문에 평균 2~3개월 만에 유행이 사라지는 오락기계 업계에서 3년째 장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에이원비즈가 대전상공회의소에 신고한 매출액은 2005년 상반기 360억원이었다.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 같은 액수를 근거로 지난해 이 업체 매출은 600억~10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에이원비즈는 창업을 주도한 인물들이 주로 대전지역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본사를 대전에 두었다. 직원은 20여 명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연구인력이다.

대전=서형식.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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