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생 벤처기업이 핵심 프로그램·엔진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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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 2004년 12월 시중에 첫선을 보인 이 게임은 '에이원비즈'라는 업체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바다이야기의 프로그램과 핵심적인 확률엔진(게임의 승률을 담당하는 부분)은 '엔버스터'라는 업체에서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버스터는 2000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생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학생 벤처기업이다. 창업을 주도한 지원준(29) 사장 등은 리포트 작성 속도를 올리기 위해 타자 연습을 하던 중 '더 재미있는 타자 연습 방법'에 골몰하다 타자게임 '다다닥'을 개발했다고 한다. 이후 당시 벤처바람을 타고 본격적인 수익사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 7월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다다닥'은 타자 연습을 하며 채팅을 즐길 수 있고, 적립된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해 주로 10대 학생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회사 규모가 커졌지만 대부분의 직원은 20대다. 젊은 회사답게 자율적인 문화가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쉽게 도출해 낸다는 평이다. 파격적인 연봉 인상과 순이익 중 일정 비율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기도 한다. 2001년에는 중소기업청 지정 수출 유망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업체가 성인 아케이드 게임(성인용 경마게임)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03년 아케이드 경마게임인 '트리플 크라운'을 출시하면서다. 이후 케이블방송의 경마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퀸스컵 클래식' '파이널 레이스' 등 유명 경마 아케이드 게임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4년 8월 에이원비즈와 '바다이야기'의 핵심인 확률엔진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기로 계약을 했다. 엔버스터는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2월 말 게임 제작을 완료하고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출시 당시 바다이야기의 가격은 660만원. 지난해 10월 인상돼 현재는 770만원에 판매된다.

엔버스터에 따르면 게임 개발 당시 에이원비즈는 '바다이야기' 오락기의 유통을 총괄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에이원비즈는 지난해 4월 이 게임의 판매 및 유통을 '지코 프라임'이라는 업체로 넘겼다. 에이원비즈는 현재 지코프라임의 관계사로 돼 있다. 지난해 3월 에이원비즈 서울 지점이 문을 닫은 직후 지코프라임이 같은 주소에 창립된 점으로 미뤄 사실상 동일한 회사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엔버스트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활발한 게임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

정강현.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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