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원 의혹' 안 풀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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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해철 민정수석은 20일 "우전시스텍 입사 당시부터 노지원씨를 엄격히 관리해 왔다"며 "노씨 관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조목조목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해명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우선 노씨가 우전시스텍과 지코프라임의 인수합병 과정을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진짜 몰랐을까 하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인수합병 전문회사인 무한투자㈜는 우전시스텍의 대주주가 된다. 그런 만큼 회사 내에선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우전시스텍이 기술이사직을 맡고 있는 노씨에게 주로 해외시장만 담당하게 했다지만 임원 신분으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인수합병을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전 수석은 노씨가 두 회사 간 인수합병 계약 체결이 완료된 올 5월 23일에야 우전시스텍 부사장에게서 통보받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전 수석은 노씨가 몰랐던 이유를 "기업 간 인수합병은 통상 비밀스럽게 진행되며 이 건의 계약도 친분 관계가 있는 두 회사 핵심 임원 간에 은밀하게 이뤄졌다"며 "노씨는 이 결정 과정에서 소외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무한투자㈜와 노씨의 관계다. 지난해 11월 무한투자가 우전시스텍의 최대주주가 돼 사실상 우전을 인수한 뒤 다른 임원들은 다 그만뒀지만 노씨만이 유일하게 이사직을 유지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무한투자가 우전을 인수한 후부터 노씨에게 회사 성격이 바뀐 만큼 그만둘 것을 권유했지만 노씨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무한투자 사장도 노씨에게 회사를 그만둘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전 수석은 "이 때문에 무한투자 사장과 노씨 간에 상당 부분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전시스텍은 대통령의 조카란 점을 알고 공동대표직까지 제안했는데 무한투자는 오히려 사퇴를 종용했다는 대목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와대 측은 노씨의 역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씨는 지코프라임과의 인수합병 계약이 끝난 뒤에야 사직서를 썼다. 전 수석은 "사행성 게임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게 대통령 조카로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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