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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선 중국 기업인 쫓아내고 단둥에선 북 봉제공 수백 명 추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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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 단둥(丹東)세관에 서 있는 북한 트럭.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북.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압록강 조중우의교(朝中友誼橋)를 통해 양국을 오가는 차량 통행이 크게 줄었다. 단둥=안성규 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지난달 5일) 이후 틀어진 북.중 관계가 더욱 벌어지는 조짐이다. 양국 간 최대 교역로인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 간 교역을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으며, 중국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로 출국되고 있다.

◆ 강제 출국=18일 오전 10시쯤 단둥 세관 앞에 40여 명의 젊은 북한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보따리를 한두 개씩 든 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둡고 시무룩했다. 한 여성은 "단둥 인근의 봉제공장에서 근무했는데 중국 당국이 갑자기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해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근무 허가를 받았는데 1년도 채 못 됐다고 했다. 대북 무역에 10년 이상 종사한 단둥 D무역의 J사장은 "북한 봉제공 300명이 쫓겨난 걸로 안다"며 "9월 20일까지 300여 명이 더 출국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중국 노동부가 이달 초 부적합한 여권을 가진 북한 근로자들에게 더 이상 취업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과거에 이런 여권을 문제 삼은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평양에 머물던 중국 기업인들 일부가 북한 당국에 의해 추방됐다. 단둥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지방도시를 허가없이 돌아다니던 일부 중국인이 쫓겨난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북한 당국이 평양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상인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반입되는 컴퓨터에도 제동이 걸렸다. 단둥 세관에서는 최근 중국에서 구입해 북한으로 가져가는 컴퓨터에 '제조공장 증명'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으로 조립된 저가 컴퓨터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단둥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양국관계가 점차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 양측 세관 서로 보복성 검색=17일 오후 9시쯤 압록강 철교에 북한으로 들어갔던 중국 차량들이 나타났다. 예전에는 오후 7시 이후에는 차량 이동이 거의 없었다. 북한 측 세관의 강화된 검색 때문에 밤늦게 이동하게 된 것이다. 남.북.중 3각무역을 하는 한국인 P씨는 "2~3주 전부터 중국 측 세관의 검색이 매우 까다로워졌다고 트럭 운전기사들이 투덜거린다"고 전했다. 단둥 세관 측에선 "마약류 단속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마약을 이유로 단속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수해에 대해 중국은 이례적으로 아무 지원을 하지 않았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에 확인한 결과 북한 수재에 대한 물자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들이 '김정일을 못 믿겠다'며 북한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단둥.베이징=안성규 기자.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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