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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배정 계급·당성 따라 결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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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5년 5월 서울에서 있었던 남북 적십자 회담 때의 일이다.
판문점을 넘어온 북측 관계자들을 태운 버스가 서울의 강변도로를 달릴 때 차창 밖으로 나타난 아파트 군을 본 이들은『언제 지은 것이냐. 누가 사느냐』며 우리측 관계자들에게 질문공세를 폈다.
여러 가지 대화내용 중『저 아파트들은 모두 개인소유』라는 말에 북측 관계자들이 가장 고개를 갸우뚱하더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 있어 집의 개념이란「벽과 천장으로 가려진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회주의권으로부터의 자조적인 지적이 있듯이 북한의 경우도 개인적으로 소유되고 관리되는 경우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북한의 주택생활은 계층과 직위에 따라 규격화된 여러 등급의 가옥들을 배당 받아 임대료를 지불하며 사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6·25가 끝난 후 대대적인 주택건설 사업에 나서 57년부터 61년까지의 5개년 계획 중 매년 전체예산의 기본 건설액 중 13·4%를 주택건설 자금으로 배정, 15만2천 가구의 주택을 지었다.
그후 61∼67년까지의 1차7개년 계획 중에 80만 가구를 지은 것을 비롯, 71년부터 시작된 6개년 계획, 제2차7개년 계획(78∼84년)을 통해 주택건설에 힘을 쏟았다.
지난 7월 세계 청년학생 축전을 위해 평양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세우기도 한 북한의 현재 주택보급률은 70%내의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70년대부터 가옥개조 사업을 범행하여 종래의 기와집·초가집에서 도시지역은 아파트, 농촌지역은 연립주택을 보급해 오고 있다.
이는 경제성과 주민 통제를 위한 효율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80년에 들어서는 평양 등 해외동포 및 외국인들에게 개방이 불가피해진 주요도시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고급아파트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도시형 아파트는 보통 5∼10층으로 1가구에 7∼35평 정도이고 농촌형 연립주택은 2∼3층으로 1동에 2∼6가구가 입주토록 설계되어있다.
최근에는 40층까지의 고층아파트도 등장하고 있으며 방 2∼4개 외에 창고·세면장·목욕실·화장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경우 당 간부 등이 이용하는 고급형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대료는 주택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수입에 따라 액수가 결정되는데 월수입의 2∼5%수준이다.
주택배정은 가족수 등 개별적인 가구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계급과 당성, 지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주택분양은 무주택 세대주가 자신의 직장에 신청하면 각 시도 인민 위원회 산하의 주택재정 위원회가 접수해 처리하며 신청자의 직위에 따라 특호, 4, 3, 2, 1의 5단계로 분리된다.
특호는 중앙당 부부장급 이상, 정무원 부부장급 이상, 인민군 소장급 이상이 대상이며 정원·수세식 화장실·냉 온방 장치가 딸린 고급주택이다.
4호는 중앙당 과장급이상·정무원 국장급 이상·대학교수·인민군 대좌이상·문예인 간부·기업소 책임자 등의 몫으로 고층 아파트가 이에 속한다.
여기에는 방2∼3개·냉 온수시설·목욕탕 겸 화장실 등이 갖추어져 있다.
3호는 중앙기관 지도원·도 단위 부부장급·기업소 부장 등이 입주하는 단독주택 및 아파트로 방2개에 부엌·창고 등이 있다.
2호는 50년대 후반기에 지은 낡은 아파트로 2평정도의 방1∼2개와 부엌 등이 있고 목욕탕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여기에는 인민학교나 고등중학교장·일반 노동자·사무원 등이 입주한다.
1호는 말단 근로자 및 사무원이 입주하는 집단공영 주택, 협동 농장원이 사는 농촌문화 주택, 변두리 농민이 사는 구옥으로 나누어진다.
이들 주택들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데다 방 1∼2개에 부엌 정도가 고작이다.
전기는 모든 주택에 공급되고 있으나 1호 주택에는 1가구에 25촉 짜리 백열등 1개만이 허용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주택공급이 부족해 1가구용 아파트에 2가구가 거주하는가하면 신혼부부들은 결혼 후 2∼3년 정도 배정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은 주택 건축률이 경제발전을 대변하는 전시적 기능이 크고 남북한 사회 비교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 분야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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