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씨 "우리가 속았다" 격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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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험악한 얘기도 오고가>
○…노태우 대통령과 두번 전화 통화한 전두환씨 측과 세번 만난 정호용 의원측이 모두 자기들이 속았다며 격앙되어 있어 전씨 증언 및 정 의원 사퇴문제가 내막 적으로는 심각한 갈등을 겪고있다는 얘기.
백담사측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지난 7일 전화 때는 『잘될 것』이라며 마치 일방종결선언이라도 할 듯이 안심시켜 놓고 19일에는 『증언이 불가피하니 나와주어야겠다』고 하더라며 『기만당했다』고 분개.
정 의원측 역시 『노 대통령과 만난 것은 유럽순방직전인 11월l7일과 12월8, 15일등 세번이었다』고 밝히고 『처음 두번 노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고 일방 종결할 테니 믿고 따라달라고 해 정 의원이 「당명복종」을 발표했더니 15일에는 사퇴해 달라고 하더라』고 공개.
이 때문에 노 대통령과 정 의원은 상당히 험악한 얘기까지 주고받고 헤어졌다는 후문이며 사퇴를 기정사실화 시킨 여론에 불구, 정 의원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감정적 요인이 크다는 얘기.
백담사측 민정기 비서관은 21일 『더 이상 속지 않겠다』면서 『안되는 줄 뻔히 알면서 「29일쯤 증언하고 이를 위해 25일을 전후해 서울에 나온다」는 얘기를 퍼뜨리는 것은 모든 것을 기정 사실화하여 여론의 압력을 가하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비난.
민 비서관은 「답변서작성에 시간이 촉박하다면 우리가 도울 수 있다」는 박준규 민정당대표위원의 발언에 대해 『돕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남의 답안지나 홈쳐보려는 치졸한 짓』이라고 매도.
덧붙여 『정 돕고싶다면 노 대통령관련부분이나 건네 오면 참고로 하겠다』고 뼈있는 한마디.

<"여야 거꾸로 일한다" 비난>
○…백담사측 법정대리인인 이량우 변호사는 21일 『증언문제를 너무들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보충질의건·특위운영방안 등을 전혀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날짜만 역산해 질문서니 뭐니 하고 거꾸로 일을 하고 있다』고 여야를 싸잡아 반발.
이변호사는 『지난5월 여야중진회담에서 보충질의문제는 거론만 되었지 합의사항은 아니었던 걸로 안다. 따라서 적어도 형식논리로는 여야영수회담이 보충질의를 기정사실화 했다면 당연히 원인무효』라고 주장한 뒤 ▲보충질의가 합의됐는지 ▲행방불명자·사망자의 여야공동조사는 「1회 증언으로 마무리」원칙에 위배되지 않는지 등 영수회담의 미진한 부분에 대해 지난18일 여권에 석명을 요구했다고 설명.
이변호사는 증언날짜에 대해서도 『질문서만 보내면 1주일 뒤 당연히 증언이 있을 것으로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질문문항이 1백개라면 문항당 5분씩만 잡아도 8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원고작성이 1주일로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증언감정법에도 「적어도 1주일」로 되어있어 1주일이 최소한의 시한임을 못박고 있다』고 말해 연내 증언에 회의적인 반응.

<광주설명회 무기한 연기>
○…평민당은 인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20일밤 KBSTV 인터뷰에서 87년 대통령선거 패배 책임을 평민당의 분당에 돌린 데 대해 『넋두리』라고 비난.
김종완 의원은 『청와대영수회담 등 5공 청산 문제해결에 있어 평민당이 주도적 입장을 취해 민주당의 위상이 흔들리고있는데 대한 대국민 넋두리』라며『상대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 박영록 부총재는 『87년 당시 분당사태를 막기 위해 경선을 먼저 주장한 것은 동교동 쪽』이라며 『대통령선거 패배 후 부정선거라고 규탄한 김 민주당총재가 지금에 와서 모든 책임이 분당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
평민당은 당초 21일 김대중 총재대신 최영근 부총재를 광주에 보내 청와대영수회담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현지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것마저 무기연기.

<해명성 증언이면 더 문제>
○…21일 공화당 당직자회의에선 전 전 대통령 증언과 관련, 『백담사가 납득해야 증언이 실현되고 그 증언을 국민이 납득해야 마무리가 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하고 증언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강조.
김용채 총무는 『과격발언을 안 할 사람으로 질문자를 엄선하고 의사진행 발언은 금지하고 보충질의도 미리 어느 정도 준비하면 여권이 우려하는 또 다른 불씨는 없을 것』이라며 예우를 강조.
김 총무는 그러나 『증언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리 국민이 납득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고, 김용환 정책의장은 『증언이 아니라 해명성 발언으로 일관됐을 때 또다시 문제가 생긴다』며 우려.

<"공관장인사 샜다" 불쾌>
○…외무부는 20일 대사급 공관장에 대한 인사가 내정단계에서 언론에 보도되자 『외교사절에 대한 인사는 상대국정부로부터 아그레망(임명동의)을 얻을 때까지 발표되지 않는 외교관례가 깨졌다』며 불쾌한 반응들.
외무부내에서는 『3급 비밀인 공관장인사가 누설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일부러 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까지 나도는 실정.
외무부의 한 간부는 이번 인사에서 『자신의 무게나 공로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개각을 앞두고 최호중 장관을 겨냥, 분풀이를 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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