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노인자살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물질만능의 개인주의·핵가족 세태가 만연되면서 일감을 잃고 노년의 소외감을 견디지 못한 노인들의 자살이 잇따라 여가활용 기회 확충 등 노인 복지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9일 오전 9시15분쯤 서울 광장동 광나루 유원지 앞 한강에서 전 국민은행 도봉 지점장 서정각씨(61 서울 명일동 삼익아파트10동)가 물에 빠져 숨진채 발견됐다.
발견당시 서씨의 점퍼와 바지 주머니에는 주먹크기의 돌멩이 11개가 들어 있었다.
서씨는 18일 오전 자식과 손자들에게 『행복하게 살아라』고 말했으며 부인(56)에게서 3만원을 받아「지옥행 경비」라고 말하며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경찰은 서씨가 85년 은행에서 청년퇴직 한 뒤『며느리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며 2남1여의 자식들과 떨어져 부인과 단둘이 지내면서 자주『외롭다』고 말해 왔다는 가족들의 진술에 따라 서씨가 퇴직 후 소외감을 못 이겨 자살한 것으로 보고있다.
▲19일 오후 6시30분쯤 서울 쌍문2동 정의여고 뒷산에서 김시환씨 (66·서울 쌍문동 639) 가 퇴직 후 일거리가 없는 것을 비관, 나무에 목매 숨졌다.
부인 정신순씨(65)에 따르면 오후 5시쯤 안방에서 남편 김씨가 자살 장소를 표시해 남겨둔 약도를 발견하고 찾아가 보니 김씨가 이미 목매 숨져있었고 웃옷 안 주머니에는『아무 쓸모없고 가치 없는 인간은 빨리 죽을수록 좋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숨진 김씨는 4년전 나이 때문에 주유소 경리직에서 퇴직한 뒤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으나 가족들에게『하는 일없이 노는 것이 괴롭다』고 말해왔으며 1년 전에도 유서를 남기고 1주일간 가출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