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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 핵쓰레기 처리에 "골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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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사능오염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건설 문제가 여러 나라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쓰레기 처리문제로 큰 골치를 앓고 있다. 미국정부는 수십억달러를 들여 네바다주 사막지대인 유카산에 98년까지 건설키로 한 핵쓰레기 저장소 건설계획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최소한 오는 2010년까지는 미 보유 1백10개의 원자력발전소와 핵무기 생산공장에서 나오는 핵쓰레기를 항구적으로 저장할 장소를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미 의회는 핵쓰레기 처리법을 제정, 네바다의 핵실험소 주변 유카산에 항구적 저장소를 건설토록 했었다.
그동안 5억달러가 투입된 이 계획은 그러나 기술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반대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핵쓰레기는 1천∼1만년동안, 플루토늄의 경우는 24만년이란 긴 세월동안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카지역이 선정된 이유는 이곳이 30만년 전 활동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사화산지대로 화산재로 형성된 견고한 사막지역으로 돼있고 물이 적기 때문. 그러나 최근 많은 지질학자나 과학자들이 유카지역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우선 화산의 활동시기가 2만년 전으로 추정되어 화산이 활성화되거나 지진의 가능성이 있고 지하 8백∼1천2백피트에 지하수가 흘러 방사능이 유출, 물에 흘러들어 먹이사슬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또 지구의 온실효과도 지구기후가 변화기에 접어들어 강우량이 변함에 따라 이 지역이 수천·수만년 후까지 사막지대로 남아있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네바다주정부는 주요한 세수원인 라스베이가스로부터 1백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유카산 핵쓰레기 저장소 건설계획이 이같은 과학적 의문에 해답을 제시치 못하고 있다며 오래 전부터 이의 건설을 반대하고 핵폐기물 저장소 건설을 위한 탐색활동 자체를 거부해왔다.
미 에너지부는 이같은 기술적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고 건설계획을 전면 재검토키로 해 핵쓰레기를 둘러싼 연방정부와 주정부간의 대결은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연방에너지부의 이 결정은 과연 핵쓰레기의 안전한 처리가 가능한가, 또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인류의 장래를 위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해묵은 논쟁을 재연시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브룩과 드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건으로 사후처리 비용이 엄청나고, 특히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해 인류가 자칫 엄청난 재앙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최근 원자력발전소 주문이 1건도 없었고 55억달러를 들여 건설된 롱아일랜드 원전은 주민들 반대로 가동이 안되고 있다.
이번 미 에너지부의 핵쓰레기 저장소 건설계획 중단은 원전반대론자들에게 정당성을 제공해준 셈이다.
원자력발전은 값싼 전력을 공급하는 당장의 강점은 있으나 미국의 핵쓰레기 처리 고민에서 보듯 수천년 미래를 두고 인류에게 풀리지 않을 골칫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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