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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외대 김제공대 「전문대」는 "바늘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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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의 대입제도는 우리 나라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그 나름대로 대학진학을 둘러싸고 매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입시경쟁률도 높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다.
고등중학교(6년제) 졸업자가 곧바로 진학하는 경우(이를 「직통생」으로 부름)는 외국어대학·체육대학·예술부문대학 등과 물리학·수학·전자공학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기술자 양성용 학과에 제한된다.
대개 졸업생의 10%정도만 「직통생」의 영광을 누린다.
최근 들어 일부 명문대학에서는 「직통생」입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몇달 전 『김일성 종합대학 방문기』를 발표한 재미언론인 안동일씨에 따르면 이 대학의 외국어문학부는 1백% 직통생이 입학하고 있으며 직통생과 제대군인의 구성비율이 자연과학계열 6대4, 사회과학계열 4대6이라고 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대학진학자의 70%가 제대군인이고 20%는 직장소속자다. 이것은 고등중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3∼5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거나 2년이상 공장·기업소·협동농장 등에서 생산노동에 종사한 뒤 진학할 수 있는 북한의 제도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군입대가 면제되는 「직통생」의 혜택을 둘러싸고 당·정권기관 간부자제들의 특혜로 인한 잡음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은 80년부터 전국적으로 「예비고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즉 매년3월에 「대학입학자격고시」가 정무원 교육위원회 주관으로 당해연도 전국고등중학교 졸업자전원을 대상으로 한날한시에 학교별로 교육위원회가 마련한 시험안에 따라 실시된다.
한편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군에 입대하거나 생산현장에 배치되는 것이 「재수」를 막는 요인이 되고있다고 할수 있다.
지난8월 북한을 방문한 일본의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에서는 대입학원이 공식적으로 없으므로 「직통생」의 영광을 안기 위해 일부에선 가정교사를 두고 「과외」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그럴 형편이 못되는 대부분 가정에서의 자녀지도는 아버지가 퇴근 뒤에 맡아 한다.
이 전문가는 또 진학률이 높은 평양의 명문중 하나인 모란봉 제1고등중학교(여)가 9월 새학기를 앞두고 8월말부터 남녀공학을 시험적으로 실시했으며 이같은 공학조처에 따라 진학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 교장이 설득작업에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84년9월에 개교한 평양 제1고등중학교를 위시한 각 도의 제1고등중학교는 전문적인 과학기술자의 조기양성을 위한 「특수과학 영재학교」로서 말할 것도 없이 북한명문대 진학률이 매우 높다.
북한은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므로 7월이 입시시즌이다.
북한은 비록 93년까지 2백만 인텔리대군을 양성한다는 계획아래 대학을 매년 늘려나가고 있지만 대학문은 몹시 좁은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의 대학입학정원은 매년 정무원산하 국가계획위원회의 인력수급계획에 따라 결정된다. 교육위원회는 이에 따라 대입자격고시 합격범위와 학교별 배정인원을 각시·도 대학추천위원회에 보낸다.
고등중학교 졸업(예정)자가 3월의 자격고시에 합격할 경우 소속기관장(군·직장)및 학교장은 대상자에 대한 추천서를 그해 6월25일 이전까지 해당지역 행정위 학생모집과에 제출한다. 이때 추천위원회는 대상자의 사회적 배경·단체생활 평점·학업성적을 종합 평가한다.
교육자 및 사회단체 대표들로 구성된 시·군 대학추천위원회는 각 기관·학교들이 보낸 추천내용을 토대로 도·직할시 대학추천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고 그 뒤 해당대학에 서류일체가 보내진다.
대개 이 과정에서 입시응시자는 3∼5개 희망대학·학과를 지망하지만 인력수급계획에 따라 배정된 대학에서 7월에 입학시험을 하루 1과목씩 치르게 된다.
합격자발표는 시·군 행정위 학생모집과를 거쳐 본인과 소속기관장·학교장에게 우편으로 통지되며 게시하지는 않는다.
내외통신자료에 따르면 김일성대학의 경쟁률은 보통 5대1, 평양외국어대학은 10대1 정도이고 김책공대 등의 명문과 예능계의 경쟁률은 더 높다고 한다.

<유영구 동서문제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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