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 '징크스 깨기'약속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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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반 31분 감각적인 왼발 로빙슛으로 선제골을 넣은 안정환(왼쪽)이 대만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드리블하고 있다. 타이베이=양광삼 JES 기자

한국 감독 데뷔전에서 베어벡 감독이 벤치에 앉아 침착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타이베이=양광삼 JES 기자

"약팀과의 원정경기에서 고전하는 징크스를 깨겠다."

핌 베어벡 감독이 약속을 지켰다. 자신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데뷔전을 깔끔한 승리로 장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했다.

한국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충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시안컵 B조 예선 2차전에서 안정환과 정조국(서울), 김두현(성남)의 연속 골로 홈팀 대만을 3-0으로 제압했다. 한국은 시리아전(2월.2-1승)에 이어 원정 2연승을 거뒀다.

한국은 원 스트라이커에 정조국을 놓고, 안정환과 이천수(울산)를 좌우측에 배치한 4-3-3 포메이션으로 출발했다. 한국은 빠른 패스 연결과 조직적인 움직임을 펼쳤지만 섭씨 36도에 이르는 무더위와 형편없는 잔디 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심의 편파 판정도 경기 흐름을 자주 끊었다.

한국은 전반 5분 이천수의 프리킥을 이어받은 김진규(주빌로)가 골대 바로 앞에서 찬 슛이 아슬아슬하게 골대를 넘어가 선취골 기회를 놓쳤다. 중앙에서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 정조국도 두 차례 결정적인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선취골은 '베테랑'들이 만들어냈다. 전반 31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김남일(수원)이 오른발로 볼을 툭 찍어 찼다. 달려나온 골키퍼보다 한 발 앞서 안정환이 왼발로 볼의 방향을 살짝 돌려놔 골을 만들었다.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컨디션과 대만의 밀집수비를 피해 로빙 볼을 띄워준 김남일의 '생각하는 플레이'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후반 9분 추가골이 터졌다. 이을용(서울)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반대쪽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수비수 뒤로 돌아 들어온 정조국이 날카로운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5경기만에 나온 정조국의 A매치 첫 골이었다. 후반에 안정환과 교체돼 들어온 김두현은 후반 35분 통쾌한 중거리슛을 작렬시켰다.

베어벡 감독은 전후반 내내 침착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다가 적절한 시점에 작전을 지시하고 선수를 교체했다. 선수들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싸웠다. 기존 독일 월드컵 멤버와 장학영(성남).김정우(나고야).정조국 등 신예들의 조화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하지만 아홉 차례나 오프사이드를 범해 대만의 밀집수비를 뚫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은 "첫 골을 빨리 넣으려 했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후반에 두 골을 추가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한국은 9월 2일 이란을 불러들여 아시안컵 예선 3차전을 갖는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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