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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보험 한 살림으로' 군살 확 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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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까지는 한 지붕 네 가족이었다. 4대 사회보험은 부과.징수 대상이 비슷하지만 주체와 방식이 달라 적지 않은 비효율이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털어놓은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부과.징수업무 통합 추진 배경이다.

과거에도 4대 사회보험의 부과.징수는 기관별로 업무가 나뉘어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각각 담당했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에서 관리해 왔다.

이 때문에 같은 소득을 올리는 자영업자인데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서 파악하는 보험료 부과기준이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 사회보험 구조조정 불가피=4대 보험의 부과.징수업무가 제각각인 이유는 각 제도가 서로 관련없이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은 1964년, 건강보험은 1977년, 국민연금은 1988년, 고용보험은 1995년에 각각 도입됐다.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부과대상과 징수방식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사회보험 적용대상이 거의 전국민으로 계속 확대되면서 부과.징수 대상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졌다.

따라서 이들 사회보험의 부과.징수를 담당하는 공단의 인력을 통합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8년 총리실에 4대 사회보험통합추진기획단을 설치, 통합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1년여 동안 논의를 했지만 보험 통합에는 이르지 못했다.

중견기업 S사의 총무부장은 "기업 입장에선 똑같은 사회보험료를 내는데 세 곳의 공단을 상대해야 한다"며 "통합하면 기업들의 번거로움이 없어지고 각각 다른 기준으로 인한 혼선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4대 보험의 부과.징수 기능은 국세청을 매개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세청의 산하기관보다는 별도의 '사회보험청'(가칭) 같은 독립기관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과.징수 기능을 통합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원은 1만 명이 조금 넘는다. 보험료 부과.징수 기능이 이관될 경우 3000~4000명 정도가 새 조직으로 함께 넘어가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입자 자격관리 기능도 통합 대상이다. 자격관리란 이를테면 보험증 발급.폐지 등 가입자에 대해 전반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2003년 9월 감사원은 각 보험의 전산체계 표준화가 덜 된 상태에서 2001년부터 무리하게 4대 보험 정보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100억여원의 예산만 낭비했다고 지적했었다.

◆ 노조 반발 예상=사회보험 관련 노조는 결집력이 강한 대표적인 대형노조다. 따라서 정부의 통합방안은 상당한 충돌과 대립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정길오 한국노총 홍보선전부장은 "사회보험은 예산절감 차원에서 접근하면 안 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무리한 통합작업을 추진할 경우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매머드급 통합조직이 탄생할 경우 이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각 공단 인력의 분파주의로 통합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과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선진국은 대부분 일원화=선진국의 사회보험료 징수 방식은 대부분 일원화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별도의 사회보험료 담당기관이나 국세청에서 담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 28개 회원국을 보면 독일, 일본, 프랑스 등 17개 회원국은 별도의 사회보험료 담당기관이 보험료 징수를 맡고 있고 미국,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 11개국은 내국세와 마찬가지로 국세청에서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다.

영국은 사회보장부 내의 보험징수국(CA)에서 국민보험기여금을 징수해왔으나 99년4월 보험료징수국을 국세청으로 통합해 세금과 국민보험 기여금의 연계를 강화했다.

스웨덴은 국세청이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조세와 함께 일괄 징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국세청과 사회보험위원회가 세금과 사회보험행정에서 동일한 개인 식별번호를 사용하고 징수 정보도 전산을 통해 매주 사회보험위원회로 보내 보험별로 재원을 분배하고 있다.

일본은 노동후생성 산하 사회보험청에서 전국민의 연금보험과 정부관장 건강보험.선원보험의 보험료를 징수하고 공무원의 경우 해당 공제조합에서 의료보험과 연금 등의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다.

정철근.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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