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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메탈리카 한국 공연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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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5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무대를 보기 위해 20대는 물론 30대와 40대까지 줄을 선 것. 주인공은 4인조 록그룹 메탈리카. 1983년 미국에서 결성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에 9000여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운 헤비메탈 음악의 지존이다.

이번 내한공연은 그들의 존재를 세계에 알린 앨범 'Master Of Puppets'(86) 발매 20주년을 기념하는 것인 만큼 메탈리카 측에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내에도 골수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신비의 밴드 툴의 공연에 이어 메탈리카의 무대는 무려 1시간 10분이나 지나서야 시작돼 팬들을 지루하게 했다.

그러나 막상 명곡 'Creeping Death'로 포문을 열자 팬들은 모두 하늘로 손을 치켜들며 하나가 되었다. 2시간 동안 메탈리카는 'Battery''The Unforgiven' 그리고 'Orion' 등등 대표곡들을 연주했다. 또 'Nothing Else Matters''Enter Sandman''One' 등 세계적인 명곡이자 국내에서도 사랑받는 곡들을 앙코르로 불렀다. 초기 명곡 중 하나이자 스래시메탈 발전을 주도한 곡으로 꼽히는 'Seek & Destroy'를 거세게 연주할 때 잠실 주경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98년 잠실 실내체육관이 무너질 만큼 격정적이고 뜨거운 사랑을 보내던 한국 팬들과의 8년 만의 해후인 만큼 메탈리카 역시 공연 초반부터 무척 상기돼 보였다. 새 멤버인 로버트 트루질로는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듯 공격적인 핑거베이스 연주로 열정을 불살랐다. 리드기타의 커크 해밋은 날카로운 눈매로 다양한 기타 사운드를 펼쳤고, 리드보컬과 기타의 제임스 헷필드는 시종 여유를 잃지 않는 노련한 카리스마를 선사했다. 드러머 라스 울리히 역시 나이는 들었어도 명쾌하고 임팩트 강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객석을 메운 386세대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80년대 중후반 대학에 다니며 헤비메탈 시대를 겪었던 이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메탈리카 만의 아우라에 흠뻑 빠졌다.

이번 무대의 아쉬움이라면 사운드다. '실내' 공연장이 아니라 '야외' 개념의 거대 주경기장인 만큼 소리의 무질서한 퍼짐보다는 응집에도 신경을 썼어야 했다. 메탈리카 특유의 예리하게 각진 듯한 강력하고 명쾌한 질감이 아닌,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웅웅거리는 사운드는 거슬렸다. 공연장의 좌측과 우측, 중앙, 그리고 지정석 등에서 들리는 사운드의 편차도 컸다. 오래도록 남을 멋진 공연이었음에도 잠실 주경기장이 3분의 1 정도 밖에 차지 않아 행사장이 너무 커보이기만 했던 것도 안타까웠다. 길게 줄을 선 관객을 다 입장시키기도 전에 공연을 시작하도록 한 것은 주최 측의 운영상 미숙으로 남는다.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지 '핫뮤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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