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2인조 밴드 '하찌와 TJ' 첫 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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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음악을 하다 보면 가수의 얼굴도 음악처럼 바뀌는 것일까. 이들의 얼굴에서는 낙천적인 음악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다. 국적과 세대의 담을 뛰어넘어 맑고 소박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하찌와 TJ'. 헤비메탈을 하던 부산 청년 조태준(27)과 사물놀이에 매료돼 한국 대중음악에 몸담은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찌(가스가 히로후미.52)가 의기투합해 만든 밴드다.

이들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2003년 가을. 강산에.전인권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던 하찌가 한 대학 무대에서 음향실습생이던 TJ의 '맑고 시원한' 목소리를 듣고서 파트너로 점찍고 나서부터다. 지난 5월 첫 앨범 '행복'을 내놓기까지 이들은 클럽공연과 작곡을 함께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하찌에게 플래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노래 '장사하자'의 의미를 물어봤다. "사랑도 경제기반 없이는 무너지는 것이죠. 현실이 그렇잖아요. 아내가 '내가 사랑만으로 당신 곁에 있어주는 줄 아세요?'라고 말했을 때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웃음)"

내친김에 그는 장사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 "'가벼운 내 지갑이 원망스러워' 라는 가사가 있는데, 우리가 정말 그래요. 플래시 뮤비는 접속자가 100만 명이라는데 음반은 5000장도 안 나갔어요. 장사 좀 하게 해주세요."

사실 '장사하자'에는 생계수단으로서의 장사가 갖는 고결한 의미를 담고 있다. 번잡하지만 삶의 냄새가 물씬 나는 시장 풍경을 앨범 그림으로 쓴 것만 봐도 그렇다. 하찌가 장기투숙하고 있는 여관방에서 바라본 모래내 시장이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

"모래내 시장에서 70, 80년대 푸근했던 옛 정취가 느껴져요. 한국에 와서 일본 도시생활에서 사라져가는 인정을 느꼈어요. 그런 정서가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죠."(하찌)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는 소박하지만 건강한 삶의 단면들이 경쾌하면서도 느긋한 멜로디에 담겨져 있다.

"우리끼리 의미 있는 앨범 하나 만들었다고 자축했어요. 유행 코드에 편승하지 않고 우리 색깔의 재미있는 앨범을 만들었다는 만족이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 냄새 물씬 풍기는 음악, 매력적이지 않나요?"(TJ)

때마침 하찌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음메~' 하는 소의 울음소리다. 18, 19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콘서트를 여는 이들은 이번 앨범의 '짬뽕' 컨셉트를 120%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포크에 보사노바.하와이안.레게.오키나와 전통음악의 요소를 섞어넣은 앨범 노래들 외에 포크송 리메이크, 트로트 등도 선보인다는 것.

한국의 모든 것이 좋아서 한국 대중음악계에 눌러앉은 지 10년 된 하찌는 국내 가요계에 애정 어린 조언을 던졌다. "서양음악 형식을 빌리는 것은 다양성 면에서 좋지만, 굳이 가사까지 영어를 써야 하나요? 한글 가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한국 가수들은 잘 모르나봐요."

글=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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