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청산」이심전심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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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공청산 문제에 관한 청와대 담판을 앞두고 여야 모두 회담준비에 부산하다.
연내 5공청산이란 합의점을 도출해 내리라는 기대속에 막후절충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여권내부에서는 정호용의원 공직사퇴와 전씨 증언을 이뤄내는 내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회담을 하루앞둔 14일 여권에는 낙관과 비관론이 교차되고 있으나 내막적으로는 낙관론이 우세.
표면상으로는 이원조의원 사퇴문제가 새로운 걸림돌로 등장했고 민주당이 의외로 완강하다는 이유때문에 『타결쪽에 걸 생각이 없다』 (박준규대표) 『잘 될것같지 않다』(이춘구총장) 는등 엄살을 피우고 있지만 이의원 문제는 별로 걱정않는 눈치다.
그러나 이한동 총무는 『민주당쪽에서 뭔가 융통성을 보일 것이란 감을 받았다』 며 『우리도 뭔가 복안도 없이 만나겠느냐』 고 해 이문제에 대한 타결전망이 섰음을 시사했다.
오히려 민정당이나 청와대에서 걱정하는 것은 정호용의원의 사퇴마무리와 백담사와의 증언 협상.
한 소식통은 최근 정의원측이 그의 사퇴를 전제로 여야협상을 벌여나가는데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는 말을 듣고는 『지난 8일 노-정 회담에서는 사실 노대통령이 정의원에게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그런 느낌도 있을것』이라고 전하고 『그러나 영수회담을 전후로 노-정 회담을 다시 갖고 정식으로 사퇴를 요구하게 될 것』 이라고 했다.
그동안 노대통령으로서는 정의원에게 사퇴권고가 없었고 오히려 보호하겠다는 말만 해온 것으로 알려져 노-정의 2차 회동결과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미 대세는 정의원의 사퇴로 기운만큼 정의원측이 사퇴불가를 주장하거나 탈당하는등의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의 더 큰 고민은 백담사의 증언문제다.
무조건 증언을 주장하며 조기수습을 요구했던 백담사측은 5공청산 타결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증언은 사태의 마무리가 될 수 없으며 새로운 불씨를 남길 우려가 있다고 증언 회피의사를 강력하게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씨측은 국회증언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힐수 밖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전씨의 증언이 없으면 야당측이 정호용의원 사퇴하나로 5공문제를 마무리짓는데 동의할리 없다.
따라서 백담사측과의 증언협상·증언방식에 대한 여야간 절충이 내막적으로는 5공문제 협상의 막바지 난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야3당은 13일의 3김회담을 통해 청와대 영수회담에 임하는 야권의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회담에서 3김총재는 예상대로 『기존의 3야 합의를 고수한다』 는 원칙을 재확인했을뿐 뚜렷한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표면적인 반응과는 달리 3야 모두가 「비관」 쪽으로 기우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회담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이러한 흐름을 감지케하는 단적인 예가 이날 3김이 합의한 「법적청산」 과 「인적청산」 의 분리다.
즉 안기부법·보안법등 악법개폐 문제를 내년 2월까지로 여유를 둠으로써 인적청산으로 5공문제를 매듭지을수 있게끔 숨통을 터놓은 것이다.
다만 5공청산에 있어 최대 장애물증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는 이원조의원 문제를 두고서는 언급을 회피, 1노3김의 과제로 결론을 유보시켜 놓은 셈이다.
그러나 3김이 슬쩍 건너뛰기는 했지만 합의청산 길목에서 이의원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돼야만하는 것은 정한 이치다.
따라서 야권, 특히 민주당은 해결의 재량권과 부담을 함께 떠맡은 격이 되고 말았다.
이의원 문제와 관련, 민주당은 모종의 처리방안이 협의중이고 타결전망은 『현재로서는 반반』 이라면서도 상당히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의원 처리를 두고 가장 설득력있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이 탈당·출당및 다른 공직임명을 전제로한 의원직 사퇴안등이다.
그러나 내막적으로는 여권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동해재선거 문제로 압력을 가해 이원조문제는 양보키로 했다는 소문이 여권에서는 나돌고 있으며 다만 민주당측의 양보를 눈가림하기 위해 겉으로 「적절히 조치」 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의원문제가 민주당측 양보로 정리되면 5공청산 합의까지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3김회담후 김대중 총재가 『국민을 안심시키는 선에서 수습하기로 했다』 고 말한 것이나 김종필총재 역시 『여유를 가지고 가자』며 타협쪽을 유도하고 있는 것등이 타개전망에 대한 확신을 나타내는 반증이다.
외견상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김영우총재도 『일방종결은 곧 파국』 이라고 합의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김용일·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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