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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산업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빚어진 핵가족화는 주부들의 가사노동을 경감시키는 쪽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집안일을 거들어줄 사람도 줄어들고 생활경험을 나눠줄 노인도 함께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받은 여성들의 사회진출 욕구가 높아지고 점차 결혼 후에도 직업을 계속 갖는 취업여성들이 많아짐에 따라 가사노동을 다른 대체노동력으로 메워야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생겨났다. 종래 생각해 볼 수 없었던 각종 가사 서비스업이 개발·발전된 것이나 기계화·자동화가 차츰 일상에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필연적 요청에 의한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모순이 등장하고 있음을 본다. 시간이 남고 경제적으로도 풍요한 이른바 유한부인들이 이같은 가사서비스를 이용, 더욱더 많아진 자기시간을 과소비하거나 향락을 추구하는 쪽으로 보냄으로써 새로운 「소비군」 「향락군」을 형성해가고 있다.
이것은 수요과잉을 불러일으켜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파출부나 간병인 등 노동인구의 임금수준을 계속 높여가는 결과를 빚어 정작 이들을 필요로 하는 취업주부들이 오히려 이용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90년대는 취업여성들을 위해 더욱 다양한 서비스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무조건 나만 편하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일부 유한층에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건전한 주부문화를 가꾸어 갈 수 있도록 의식을 깨우쳐주는 프로그램들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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