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미사이족 농사짓기 "첫 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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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아프리카의 메마른 황토흙과 먼지뿐인 광대한 탄자니아 평원위로 소떼를 몰고 다니는 데에만 익숙해져있던 마사이족 청년 멩골루 알라다루씨(30)는 올해 난생 처음 옥수수씨를 뿌려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알라다루씨는 주위사람들에게 올해 5에이커(약 6천평)넓이의 땅을 개간해 많은 수확을 올렸다며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생산비는 얼마 되지 않았다. 소 한 마리와 순종 옥수수씨 40㎏만 있으면 되니까….』
그는 마치 평생을 농사만 지은 농부나 되는 듯 말했다.
대부분 아프리카지역에서는 농사를 짓고 있지만 반유목민족인 마사이족은 그동안 농사를 남의 일로만 여겨왔다. 케냐 남부와 탄자니아 북부지방에 흩어져 살면서 비이동성 유목생활을 해온 마사이족은 기본적으로 「땅위에 있는 동물들은 모두 우리 것」이라는 신념(?)하에 농사를 외면하고 가축과 땅을 벗삼아 살아왔다.
이러한 마사이족들에게 영농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이들이 영농을 하게된 데는 몇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탄자니아 정부의 정책변화다.
알리 하산 대통령이 이끄는 현 탄자니아 정부는 전임 니에레레 대통령이 내세웠던 「집단주의」원칙을 포기, 2년 전부터 경제개발과 식량증산을 정책의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니에레레 대통령시절에는 꿈도 못 꿀 개인영농사업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정책변화에 발맞추어 탄자니아 농부들은 너도나도 빈땅 찾기에 나서 농토를 확보해나갔다.
그결과 빈땅이 없게 되자 탄자니아 농민들은 마사이족 거주지인 「마사이랜드」까지 탐내게 됐다.
그런데 탄자니아 정부는 마사이랜드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탄자니아의 환경을 보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마사이족을 견제하려는 조치였다.
탄자니아 정부는 마사이족에게 마사이랜드의 절반이상을 국립공원용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마사이족들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평소엔 유순하지만 전투적인 기질을 갖고있는 마사이족들은 강력하게 저항했다.
최근에는 대표단을 구성,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으로 몰려가 영토요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 결과 탄자니아 정부가 굴복했는데 마사이족들은 이 기회에 부족원들에게 영토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그것은 땅을 나누어주고 농사를 짓도록 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생활을 해야 「내 땅」이라는 의식을 갖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마사이족이 탄자니아 정부의 압력을 물리치고 농사를 짓도록 하는데 기여를 한 마사이족 출신의 프레드 볼로이시로 신부는 『마사이족의 정착생활은 매우 소망스러운 변화』라고 말했다.
영농생활이 시작되자 마사이족들에게는 급격한 의식의 변화가 생기게 됐다.
전반적으로는 의식주의 향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작물재배기술의 낙후로 어떤 때는 끼니를 잇기 어려운 때도 있었다.
또 비위생적인 가축관리로 전염병이 돌아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이같은 영농생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사이족들은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 생산과 저축의 기쁨을 누리며 서투른 농사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장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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